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일대 개발사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환경단체 등은 자연경관 훼손과 사유화 등을 우려하며 개발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지역주민들은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기대하며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지역은 지난 1995년 유원지지구로 지정된 뒤 99년부터 개발사업이 추진됐으나 환경파괴 논란과 사업자측의 자금난 등이 겹쳐 무산되는 등 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27일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에 본사를 둔 신해원 유한회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송악산 유원지지구에 '뉴오션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서귀포시에 제출하는 등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자 측은 사업비 5,500억원을 들여 이 일대 부지 19만1,950㎡에 관광호텔 353실, 일반호텔 299실, 휴양콘도미니엄 205세대 등 숙박시설과 상가, 문화시설 등을 2017년 4월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호텔 등 건축물 최고 높이는 8층(32m)으로 계획됐다. 시는 지난해 12월 27일 주민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지난 18일까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실시했다.
그러나 사업부지가 경관보전지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기생화산과 해안 등 빼어난 경관과 인근에 일본군 동굴진지 등 역사유적지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보전가치가 높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실제 개발 부지에서 50~300m 떨어진 지점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셋알오름 일제동굴진지(제310호)와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일제고사포진지(제316호), 송악산 외륜 일제동굴진지(제317호) 등 일제시대 전쟁유적이 곳곳에 산재했다. 또 사업부지는 제주올레 10코스가 있고 한라산과 산방산, 형제섬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이에 제주지역 환경단체 등은 환경훼손과 환경영향평가 절차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등 도내 3개 환경단체는 "송악산 개발은 오름 경사면을 훼손해 호텔과 콘도를 짓는 것인데 이 계획이 아무런 규제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다음 개발 사업에서 오름 훼손을 막을 수 없게 하는 최악의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유적지 보호와 봄철 동식물 생태계 조사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대규모 공사로 발생한 진동으로 약한 지반에 있는 송악산 절벽의 동굴진지 등 일제시대 전쟁유적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악산 보호를 위해 오름 사면 등에 대한 유원지 지정을 해제해 절대보전지역으로 보전하는 등 현재의 개발 계획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도 발끈하고 나섰다. 제주올레는 "2008년 올레 10코스를 개설할 때 송악산 정상으로 길을 이었지만 올레꾼들이 발길에 의한 훼손이 우려돼 2010년 코스를 해안쪽으로 우회할 만큼 경관적ㆍ역사적ㆍ지질학적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당장 눈앞의 개발수익보다는 보전이 줄 막대한 미래 가치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성토했다.
반면 이 지역 일부 주민들은 법과 행정절차를 준수하는 한 당초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개발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 주민은 "송악산 유원지 개발은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수십 년간 개발을 희망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 개발지역은 도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제기했던 환경 피해 부분을 반영, 송악산 전체 99만㎡에서 유원지 지구 19만㎡로 대폭 축소됐으며 송악산이나 오름 지역이 아닌 오름 가장자리"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환경 문제를 거론하며 한 부분 논리만 내세우며 사업추진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어느 누가 제주도에 투자를 하겠으며, 지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가"라며 "주민들이야말로 송악산 훼손을 누구보다 걱정하며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공사가 진행되면 환경감시단을 만들어 감독하며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발사업자는 계획대로 착실히 행정절차를 이행해 사업계획기간 내에 사업을 완성하고, 아울러 지역주민 고용창출과 지역 농수산물 소비, 지역상권 보호, 신 향토상권 개발계획 등을 반영해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