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부터 10여 년간 우리나라 코미디계를 주름잡았던 '부채도사'장두석(57)씨가 명상 전문가로 변신해 명상 관련 음반까지 냈다. 남을 웃기는 직업과는 정반대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최근 4장의 CD가 들어 있는'골든 플라워 명상 시리즈'를 선보였다. 수입 명상 음반은 적지 않지만 국내 자체 제작은 드물다. 그는 2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적합한 명상 가이드"라고 소개했다.
음반의 내용이 궁금했다. "모두 4가지에요. 첫 번째가 '떨춤 명상'입니다. 떨림과 춤을 이용한 명상이지요. 현대인들은 가만 앉아서 명상하라면 못해요. 그래서 동적인 명상을 유도했어요. 15분간 몸을 떨고 30분 동안 춤추고, 이후 다시 15분간 편안하게 누워 명상합니다. 두 번째는 '황금꽃 명상'인데, 제가 직접 경험한 명상법입니다. 우리 몸은 자연 치유력이 있어요. 몸한테 시간과 기회를 주면 몸 스스로 치유가 가능하지요. 그 방법이 담겼어요. '점 명상'이나 '일곱 차크라 명상'도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는 '부채도사'로 전성기를 보낼 즈음에 그 흔한 은퇴 선언도 없이 돌연 개그맨 생활을 접었다. 당시 '도사가 되려고 산으로 들어갔다'거나 '신내림 받았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제 자신을 잊고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했어요. 방송국이나 피디에 맞춰 살아야 했고, 생계 걱정 하느라 개그 프로그램 아이디어 짜내고, 뭐 이러는데 10년 이상을 보냈던 거죠. 그런데, 명상을 접하면서 '나'라는 존재의 중요성을 깨달은 거죠. 방송을 쉬어야겠다는 다짐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더군요. 그래서 조용히 개그맨 생활을 그만둔 겁니다."
사실 장씨가 갑자기 명상에 빠져든 건 아니다. 오랜 시간 준비를 해왔다. 데뷔한 지 3년이 지난 83년부터 서울 옥수동에 있는 명상센터를 다니거나 명상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삶과 행복에 대한 의문이 개그맨 활동을 할 때부터 생겼다는 얘기다.
짧지 않은 명상 경력 때문에 그것의 효과나 위력도 실감했을 터. "꾸준히 하다보니 '감각'이란 게 생기더군요. 그때 알았지요. 행복이란 게 밖에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미국의 100평짜리 다이아몬드 박힌 집에 있는 게 아니라, 숨 쉬는 자체가 행복이구나, 이걸 느꼈어요. 냉장고는 10년 이상 되면 보통 소리 나면서 고장이 생기잖아요? 한데 우리 심장은 계속 돌아갑니다. 이 부분에 감사했고 눈물났고 고마웠어요. 나라는 존재에 대해 한없는 감사함이 밀려오더군요."
장씨는 음반 출시에 맞춰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명상 관련 외부 활동을 할 예정이다. 백화점 부설 아카데미나 대학, 회사를 돌며 명상 강의를 할 계획이다.
개그맨이 아닌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만 '친정'에 대한 애착은 여전하다. 웃을 일이 사라진 요즘처럼 개그맨의 존재가 부각된 적도 별로 없다고 했다. "웃음이야말로 행복을 주는 최고의 가치 입니다. 그런 일을 하는 개그맨은 최고의 직업이지요. 당연히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멀었어요. 후배들이 낸 아이디어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채택되면 당연히 저작권을 인정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개그맨 창작'을 인정하는 풍토가 돼야 코미디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김진각 선임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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