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는 과거 독일 나치와 아돌프 히틀러를 위해 유대인 대학살에 협력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축소ㆍ은폐해 논란을 빚고 있는 헝가리에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부끄러운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죄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야노시 아데르(사진) 헝가리 대통령은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하루 앞둔 26일 서한을 통해 "만약 전쟁이 히틀러와 그에 협력한 헝가리 파시스트 정권의 계획대로 끝났다면 유대인은 완전히 몰살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데르 대통령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헝가리에서 수백㎞ 떨어져 있지만 헝가리 역사의 일부"라면서 "헝가리 국민 약 50만명이 이 집단 처형장에서 비인간적 고통과 모욕 속에 숨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헝가리는 독일에 점령됐던 70년 전인 1944년 나치와 히틀러의 뜻을 적극 이행했다"고 인정하면서 "당시 헝가리 당국은 근 반년 만에 게토(유대인 격리구역)를 완공하고 시골에 사는 유대인 거의 전부를 그곳으로 강제 이주시켰다"고 강조했다. 헝가리 당국은 당시 독일 점령군을 도와 수주일 만에 자국 내 유대인 43만7,000여명을 게토로 몰아넣었다.
아데르 대통령의 서한은 현 헝가리 집권 우익 정권이 독일 점령 당시 피해만 부각시키고 유대인 학살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의미도 적지 않다. 헝가리에서는 지금 과거사 논쟁이 한창이다. 논란은 극우 정당 요비크가 2차대전 때 나치 유대인 학살을 도운 권력자 미클로스 호르티의 동상을 지난해 11월 세우면서 시작됐다. 집권당 피데스(청년민주동맹)와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유대인 학살은 외면한채 헝가리인들의 피해만 기리는 독일 점령 추모비 건립계획을 밝히면서 확산됐다.
헝가리 유대인 단체는 이미 홀로코스트 행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루마니아 태생의 미국 역사가 랜돌프 브라함은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뜻으로 2011년 헝가리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공로 훈장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사를 숨기려는 운동이 최근 몇 년 사이 헝가리에서 벌어져 충격을 받았다"며 "그들은 수많은 유대인을 전멸시킨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치 정권의 과오를 반성하는 의미를 담아 내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과거 독일군 휴양지였던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시의 엘마우성에서 개최한다고 최근 밝혔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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