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 정우조연으로 영화 다수 출연'바람난 가족' '바람' 등서특히 건달역 주로 맡았죠응사는 그틀을 깨준 작품● '삼천포' 김성균연극서 기본기 다진 뒤'범죄와의…'로 주목받아응사서 순박한 모습 변신달달한역 또 하고 싶어요
1990년대 추억으로 시청자를 적셨던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정우와 김성균, 두 사람은 묘하게 닮아 있다. 이 드라마로 악역과 깡패 이미지를 벗고 배우의 입지를 다졌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방송이 끝난 지 한 달이 된 시점에서, 그 전과는 달라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꾹 다문 입술에 무뚝뚝한 표정, 거기에 위로 치켜 뜬 살기 넘치는 눈빛. 그런데 이 남자, 세 살과 다섯 살 아들을 둔 아빠란다. 대구 사투리가 살짝 섞인 친근감 넘치는 말투는 웃기기까지 한다. '응사'를 통해 '포블리'(삼천포+러블리)라는 별명을 얻은 배우 김성균(34) 말이다. "연기를 하면서 귀엽다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제가 귀여울 수 있다니…제게 풋풋한 이미지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따름이죠."
그는 고향인 대구의 연극 무대에서 기본기를 다진 뒤 영화 '범죄와의 전쟁'(2012)으로 이름을 알렸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1대 9 가르마의 단발머리 조폭 박창우로 출연, 강력한 인상을 남겨 '진짜 조폭 아니냐?'는 궁금증을 유발했고 이를 계기로 '신 스틸러' 즉 주연 못지 않게 주목받는 조연이 됐다.
'응사'는 달랐다. 홍콩배우 장궈룽을 따라 한 5대 5 가르마에 순박한 눈빛으로 변신한 삼천포는 그에게 1등 복권이나 다름없었다. 이미지도 변신하고 여성 팬까지 따라왔다. "삼천포가 남자로 변하는 모습을 여성들이 좋아했어요. 아내도 이제껏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좋았다면서 '오빠가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어'라고 하더군요."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응사'의 신원호 PD가 자신을 섭외할 때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사투리 연기야 자신 있었지만 20대 대학생은 무리였다. "'이러다 수습 안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컸죠. 첫 방송 후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아 다행이다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정말 하정우 형보다 늙어 보이던가요?" 그는 "저를 40대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영화 '이웃사람'(2012)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서 각각 연쇄살인마와 조폭으로 나왔던 그는 180도 변한 캐릭터가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첫 방송 후 자신감이 붙어 상대역인 도희(20)에게 "목을 조를 때 제대로 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노력한 보람이 있는 걸까. 김성균은 요즘 광고와 화보 촬영, 방송 출연 등 스케줄이 줄줄이 이어져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앞으로 로맨틱코미디나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어렵게 얻은 달달한 삼천포 캐릭터를 빨리 지워버리고 싶지 않아서요."
'응사'에서 의대생 쓰레기로 나왔던 정우(33)는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이 컸다고 했다. "해본 적 없는 로맨틱 연기를, 그것도 의대생의 사랑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여러 번 자문했죠."
그는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에서 조직의 부하7역,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에서 양아치로 각각 출연했다. 또 '바람난 가족'(2003)에는 동네 건달로, '바람'(2009)에는 폭력서클 멤버인 고교생으로 나왔다. 그런 그가 감미로운 역할을 해야 했으니 당황할 법도 하다. 신원호 PD는 영화 '바람'을 보고 그를 점 찍었다고 했다. 거칠고 험한 깡패 역할을 한 그에게서 로맨스 주인공의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우는 '바람'이 아니라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캐릭터 때문에 쓰레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고다 이순신'에서 이혼녀 이혜신(손태영)과 사랑에 빠지는 제과점 사장 서진욱을 연기했다. 이혜신을 짝사랑하면서 서툴게 감정을 표현하다가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스토리를 엮어갔다. 그러나 '최고다 이순신'에서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회당 두, 세 장면 나오는 게 전부였다. 그는 "단 한 번 나오더라도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고 싶었다"며 서진욱을 열심히 연기했다고 말했다.
정우는 20여편의 영화와 10여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그것도 주로 깡패로 나왔다. '응사'는 그 틀을 깬 드라마다. 무심해 보이지만 속 깊고 다정한 쓰레기가 "오랜만에 오빠하고 데이트 좀 할까"라며 성나정(고아라)에게 말하는 대사는 과하지 않은 노련미를 보여주었다. "멋스럽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면 느끼하게 여겨질 대사가 많았어요. 제가 보여준 적이 없는 연기여서 고심을 많이 했죠."
그에게 아쉬웠던 것이 있을까. 그는 주저 없이 "제작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발표회는 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 방송사가 취재진을 초대해 홍보하는 자리다. '응사'에서는 신 PD 혼자 취재진을 만나 간소하게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드라마에서 처음 주연을 맡아 나름 제작발표회를 준비하면서 설레기도 했죠. 가상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생각했는데 PD님 혼자 취재진을 만나 조금 실망했던 기억이 나요, 하하."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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