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민이 한층 깊어졌다. 28~2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벤 버냉키 의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 지난 달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첫 발을 내디딘 데 이어 올해 첫 회의이자 버냉키의 마지막 회의에서 1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테이퍼링이 사실상 예고돼 있었다. 월 자산매입 규모를 지난 달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 줄인 데 이어, 이번 달에는 다시 650억달러로 줄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테이퍼링의 여파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졌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원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실정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2% 안팎 급락한 건 미국도 신흥국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줬다.
추가 테이퍼링이 자칫 신흥국 위기에 불을 지피고 이것이 다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Fed의 행보도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100억달러 추가 축소는 누차 예고된 것인 만큼 이번 FOMC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FOMC 회의까지 2~3일간 상황 변화가 FOMC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야 미국 경제 상황을 토대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지만, 신흥국 불안이 더욱 확대된다면 연준도 쉽게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FOMC에서는 예정대로 추가 테이퍼링 축소에 나선다고 해도 향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해 8번 열리는 FOMC 회의에서 매번 100억달러씩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 3분기 무렵 종료하는 게 목표이지만,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진다면 양적완화 종료 시점이 뒤로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정대로 테이퍼링이 진행되는 경우 신흥국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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