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의 모미이 가쓰토 회장이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했던 어떤 나라에도 위안부가 있었다. 한국이 일본만 강제 연행했다고 주장하니까 이야기가 복잡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보상하라고 하지만 이미 일한조약으로 해결된 것으로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이상하다"는 주장도 했다. 역사 인식도, 품격도 없고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망언이었다. 어떻게 이런 자가 일본 공영방송의 회장이 됐는지 의아할 정도다.
무엇보다 '군대 위안부는 어느 나라에 있었는데 왜 문제 삼느냐'는 망언은 듣는 사람이 귀를 의심케 한다. 이는 전쟁 중에는 그 어떤 비인도적, 반인륜적 행위도 용인되며 전쟁 이후에도 사과나 반성이 필요 없다는 식의 논리나 다름없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최소한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모미이 회장의 수준에서는 2차대전 중 나치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과하고 보상을 아끼지 않는 독일이 바보처럼 보일 것 같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위안부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주장 또한 일본 정부의 논리를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당시 협정에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가 명시된 것과는 달리 위안부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청구권이 살아있다는 게 다수설이다. 특히 협정이 양국간 재산권 피해에 대한 청구권을 해결하는 '경제협력협정'으로, 인도적 범죄 피해자의 개인적 청구권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는 국제법적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적어도 NHK 회장이라면, 인도적 관점과 상식 그리고 법리를 두루 살펴 얘기했어야 했다.
그가 회견에서 영토분쟁과 관련,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면 (NHK가)왼쪽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면, 애당초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더욱이 모미이 회장의 망언 당일 아베 신조 총리가 국회에서 행한 시정방침 연설에서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고 하니, 일본 지도층 전반의 퇴행적 역사인식이 우리를 포함한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우호협력을 뒤흔들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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