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는 화석연료(석유)를 쓰는 현재의 대중화된 자동차 보다 역사가 깊다.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최초로 전기차를 개발한 건 1834년이었는데, 휘발유자동차가 독일의 카를 벤츠에 의해 첫 선을 보인 건 1885년이었다. 19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에선 전기차가 더 유망했다. 하지만 헨리 포드의 T형 자동차(1908년)가 출시되고, 석유왕 존 D. 록펠러가 이끄는 석유 개발ㆍ정제업이 번창하면서 전기차는 밀려났다.
■ 전기차가 다시 주목을 끌게 된 건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오염 및 에너지 문제가 대두된 1990년대부터였다. 하지만 배터리 성능이 문제였다. 기껏해야 시속 100㎞를 낼 수 있고, 주행거리도 너무 짧았다. 충전소 설치도 난제였다. 그런데 미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지난해'모델 S'를 출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차는 최고 시속 210㎞, 출발에서 100㎞까지의 도달시간이 4.2초에 불과하다. 고급 스포츠카 못지 않은 파워다. 또 한 번 충전으로 기존 전기차의 세 배가 넘는 427㎞를 갈 수 있다.
■ 비결은 이 회사 특유의 배터리에 있다. 물론 혁신적 제품을 쓴 건 아니다. 1970년대 개발된 범용(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했다. 하지만 차량의 앞바퀴에서 뒷바퀴까지 바닥 전체를 6,000여 개의 배터리로 가득 채운 뒤 이를 병렬방식으로 배열해 기존 전기차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가격이 비싼 만큼 부유층의 '세컨드 카'를 목표로 잡았다. 모델 S의 고급형이 8만2,400달러(약 9,000만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2만대 넘게 팔렸다.
■ 2003년 테슬라를 창업한 CEO 엘런 머스크는 1999년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이메일을 통해 송금하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PayPal)'을 설립했던 인물이다. 현재 테슬라뿐 아니라 민간 우주여행사업 '스페이스엑스(SpaceX)'도 이끌고 있다. 그는 올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2016년엔 일반 대중용 전기차도 내놓을 계획이다. 머스크가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몰고 올 제 2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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