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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3년… "혁명의 끝 아닌 시작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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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3년… "혁명의 끝 아닌 시작의 끝"

입력
2014.01.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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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니 무바라크 군부독재를 무너뜨린 민주화시위 발발 3주년인 25일 이집트 전역은 환성 대신 핏빛 비명으로 뒤덮였다. 이집트 첫 민선 대통령이었던 무함마드 무르시를 축출한 군부를 두고 찬반이 갈린 시위대가 수도 카이로에서 충돌하는 등 전국에서 최소 49명이 사망하고 247명이 부상했다. 전날에도 카이로에서 경찰서 등을 표적 삼은 폭탄테러가 4차례 터져 6명이 숨졌다. 시간을 3년 전으로 되돌린 듯한 이집트의 상황은 당시 중동 전역을 민주화 열기로 휘감았던 '아랍의 봄'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혁명의 열기가 식은 듯한 중동 사회의 복판에는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열망이 여전히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트는 현재의 아랍 상황을 "혁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의 끝'"이라고 진단하며 이 지역의 민주화운동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통찮은 중간성적표

2010년 말 튀니지를 시작으로 19개 아랍국 대부분에 퍼졌던 반정부시위는 이젠 잦아든 상태다. 정권 퇴진과 민주적 헌법 개정 요구가 실현된 나라는 많지 않다. 독재정권이 축출된 4개국 가운데 이집트는 새로 수립된 민주정부가 전복되는 '반동혁명'을 겪었다. 범아랍 정치단체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무르시 정부가 과도한 이슬람주의 정책을 추진하다가 국민적 반발에 부딪치면서 쿠데타의 빌미를 내준 것이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철권통치를 마감하고 과도정부를 출범시킨 리비아는 부족ㆍ지역별로 민병대가 난립해 무정부상태에 빠졌다. 튀니지와 예멘만이 제헌의회 구성, 헌법 제정, 선거로 이어지는 민주화 이행 과정을 밟고 있다. 새 헌법이 제정됐거나 진행 중인 나라도 7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걸프지역 왕국들은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한편,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복지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강온전략을 구사한 덕에 위기를 넘겼다. 입헌군주제 요소를 강화한 개헌으로 국왕의 총리 선출권이 의회로 이양되면서 왕당파 대신 이슬람세력이 집권한 모로코가 그나마 눈에 띄는 성과다.

'혁명의 시한폭탄' 청년층

반정부시위는 일단 냉각된 모양새이지만 '민주화 예외 지역'으로 치부되던 중동을 뒤흔든 동력은 여전하다. 가장 주목할 것은 시위 주도세력인 청년층의 불만이다. 진학 기회가 확대되고 인터넷·소셜네트워크 이용 인구가 늘면서 급속히 의식화되고 있는 아랍 청년층은 심각한 실업문제로 좌절을 겪고 있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아랍국 청년 인구 비율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20~30%대이지만 더딘 경제발전으로 일자리 증가 속도가 신규 노동력 진입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무스타파 타미미 이라크 무스탄시리야대 교수는 세계 최저 수준의 직업훈련 투자를 포함한 아랍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실업 공장"에 빗댔다.

아랍 지역 청년실업률은 27%에 이르지만 이마저도 구직을 포기한'니트족'을 반영하지 않는다. 이라크 대졸자의 60% 이상이 니트족이다. 집값은 높은데 주택 마련을 남성의 결혼 전제조건으로 여기는 구식 관습도 청년층을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사회 불만세력으로 내몰고 있다.

비교적 낮은 청년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는 걸프 왕국들도 안심할 수 없다. 반정부 여론을 재우려는 재정지출 증가폭은 고유가 추세가 이어지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게다가 재정지출 대부분이 기업 등 기득권층에 유리한 유류보조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랍국 3곳 중 2곳이 에너지 보조금에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쏟아붓는 데 반해 식량보조금 지출은 GDP의 0.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종파 갈등이라는 '판도라 상자'

정치적 갈등이 필연적인 혁명 상황에서 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충돌 또한 확산되고 있다. 알 아사드 가문의 독재에 대항하는 시위가 시아파 정권과 수니파 반군의 교전으로 비화한 시리아 내전이 대표적 사례다. 민주화시위 와중에 불거진 종파 갈등이 거꾸로 시위를 무력혁명 수준으로 격화시키며 주변국까지 끌어들이는 유인이 된 것이다.

수니파-시아파 분열은 7세기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계자 문제로 발생한 유서 깊은 일이다. 그럼에도 중동 지역은 수니파가 90%로 압도적으로 많아 종파를 내세운 갈등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 핍박받던 시아파가 2003년 후세인 몰락 이후 노골적 보복에 나서면서 조성된 아랍 지역의 종파 갈등은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갈등 양상을 들여다보면 종파보다는 지역ㆍ계급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한다. 시리아 수니파들은 내전 발발 이전만 해도 자신들을 '수니파'로 묶는 일이 거의 없었다. 파나라 하다드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이라크 종파주의 세력의 주장은 기독교를 내세우는 유럽 극우정당의 그것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세속적 갈등 구도에 쓩낡?동원됐다는 것이다.

종파가 일단 전면에 불려나온 이상 갈등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아랍의 봄을 통해 이집트 튀니지 등에서 정권을 잡았다가 좌절을 겪은 수니파 거대 조직 무슬림형제단이 재기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중동의 시아파 맹주 이란이 핵협상을 통해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력을 회복할 기회를 잡으면서 수니파 맞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화를 향한 열정은 충만

아랍이 반정부시위 재개로 소용돌이 쳐도 곧바로 민주주의 진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아랍인의 민주화 열망은 높아보인다. 2012년 카타르 아랍정책연구센터의 아랍 12개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튀니지 혁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71%, 이집트 혁명 지지 응답은 80%였다. 혁명 당사국인 튀니지 국민의 83%, 이집트 국민의 82%는 민주주의 정착을 낙관했다. 이를 감안한다면 혁명으로 세운 이슬람 정부를 재차 무너뜨린 이집트 상황은 당장 반동처럼 보일지라도 나중에는 더 나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추동된 진로 수정으로 기록될 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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