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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회장 "위안부 어느 나라에도 있었다"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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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회장 "위안부 어느 나라에도 있었다" 망언

입력
2014.01.2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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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영방송 NHK의 모미이 가쓰토 회장이 25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위안부는 전쟁을 치른 어떤 나라에도 있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방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독도 등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을 주장하겠다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아베 정권의 '코드 인사' 논란 속에 취임한 NHK 회장이 아베의 우익 행보를 '중도 진보'로 평가 받아온 NHK의 보도 방식까지 바꿔가며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모미이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쟁중이어서 좋다 나쁘다 할 것은 없지만 전쟁을 치른 어떤 나라나 있었고 프랑스 등 유럽 어디에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왜 네덜란드에는 지금도 매춘거리가 있겠는가"고 되물었다. 지난 해 5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군인들에게 위안부 제도가 필요했다"는 발언과 맥락이 비슷하다.

모미이 회장은 무슨 증거로 그럴 말을 하는가는 질문에 "지금의 모럴(도덕)로는 나쁜 것"이라면서도 "한국이 일본만 (위안부를)강제연행한 것처럼 말하니까 이야기가 복잡해진다"며 "(한국이) 돈 내놔라 보상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일조약으로 모두 해결됐는데 왜 이 문제를 들춰내는 지 이상하다"고 말했다.

모미이 회장은 해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NHK 국제방송에 독도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강화할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일본의 입장을 분명하게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는 것을 왼쪽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총리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한 것이므로 그걸로 족하다"며, 관련 보도는 평가를 배제하고 "참배했다고 (사실만)담담하게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미이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본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하시모토의 위안부 망언이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한 뒤 가뜩이나 떨어진 일본 정치권의 이미지가 더욱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모미이 회장은 아베 총리가 자신과 정치 성향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직접 NHK 회장에 발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미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현 아베 내각 장관 중 한 명이 "언론사 최고 책임자로서 있을 수 없는 실언에 분노를 느낀다"며 즉시 사임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시게루(石茂幹) 자민당 간사장도 "공영방송의 입장에서 무엇이 국익이 되는지 경영자로서 판단해야 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집권 자민당내에서는 24일 시작된 국회일정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회기내 NHK 예산심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태세다. NHK 간부들은 모미이 회장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방송에 반영시키려는 뜻을 내비친 데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규슈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모미이 회장은 미쓰이물산 부사장을 거쳐 2005년부터 정보기술(IT)서비스업체인 일본 유니시스 사장, 고문 등을 지낸 재계 인사다. 일본을 대표하는 방송이자 유일의 공영방송인 NHK는 앞서 마쓰모토 마사유키 전 회장이 지난 해 12월 외압 논란 속에 쫓겨나다시피 물러났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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