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잠재웠던 개각론이 불과 보름여 만에 다시 고개를 들자 청와대로서도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는 "개각은 없다"는 그간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촉발된 경제팀 문책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에 대한 정치권의 문책 요구와 관련 "개각 가능성은 없다"며 경질설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 때 그 때 말 실수 때문에 개각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없다는 것이 대통령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당장 개각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각설을 일축했던 게 불과 보름여 전인데다, 개각시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구상이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경제팀에 힘을 실어주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야심차게 공언한 마당에 경제 수장을 갑작스럽게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설 연휴 이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보고 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3월부터 본격적인 경제살리기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 수장을 바꿀 경우 청문회 절차 등으로 적잖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게 청와대로서는 엄청난 부담 요인이다.
특히 집권 2년 차인 올해는 국정 운영의 성과물을 내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여서 박 대통령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청와대나 내각 진용을 새롭게 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청와대 기류다. 최근 김기춘 비서실장 사표설, 정치인 출신 장관의 지방선거 차출설 등과 맞물려 전반적인 인적 쇄신론이 거론될 때마다 청와대가 강력 부인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개인정보대량유출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수습할 카드가 마땅찮은 점이 청와대 고민이다. "인사를 통해 민심을 수습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란 게 청와대의 분위기지만, 들끓는 민심을 달랠 뾰족한 방법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현 부총리가 "우리 모두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았나"며 금융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여론 악화에 불을 지핀 격이어서, 청와대가 현 부총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이 모종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엄존한다. 박 대통령이 이미 지난 20일 스위스 현지에서 "금융정보 유출 경로를 철저히 조사해 파악하고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 책임이 명확히 드러나면 전격적인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개각 가능성이 없지만, 앞으로 상황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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