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국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더 이상 참배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으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중일 갈등 상황을 감안해 순방 때 중국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일본과 외교 접촉을 통해 아베 총리에게서 주변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겠다는 확약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일본을 상대로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으로 대립하는 한국과 논쟁을 끝내는 합의도 요청하고 있다. 또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강제로 동원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도 함께 주문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까지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 등으로 악화된 동북아 상황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이런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예상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때 중국을 피해 주변국을 방문하는 '중국 우회 순방'을 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지난해 11월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처음 공개했으나 순방국가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우회하는 이유는 "외형적으로는 올해 하반기 중국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이 최근 중일 갈등 상황에서 일본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것처럼 보여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전문가 크리스토퍼 존슨은 "중국이 오바마의 우회순방을 위협적인 뜻을 함축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방문으로 동북아의 과거사 및 영유권 갈등이 호전되기 보다 긴장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오바마의 방일을 국빈방문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요청대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국빈방문이 성사될 경우 오바마의 한국방문 기간은 그만큼 단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짧게 거쳐가는 '경유 순방' 국가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TBS는 일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오바마에게 한국에 오래 체류할 것을 요청하고 있어 그의 일본 국빈방문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전하는 등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중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회귀) 전략이 두통거리로 변했다"며 "미국이 일본 한국 베트남 호주 필리핀과 안보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시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소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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