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도가니' 사건의 은폐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이 자신들에 대한 징계위원회의 '무혐의' 결정 때까지 인사업무를 계속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솜방망이 처벌'에 이어 '셀프 징계'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징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부산시교육청에 재심사 청구를 하라고 요청했다.
24일 부산시교육청과 교육부에 따르면,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1일 징계위를 열어 부산맹학교 교사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ㆍ징계 절차 등을 소홀히 한 장학관과 장학사, 피해학생들에게 2차 가해 발언을 한 다른 특수학교장에 대해 징계 사안이 아니라는 뜻의 '불문' 의결을 했다. 앞서 교육부는 특별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이들 3명을 경징계(감봉, 견책)하라고 부산시교육청에 요구했지만, 아무 징계를 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징계 대상자인 장학관과 장학사는 인사, 징계를 담당하는 교원정책과 소속을 그대로 유지한 상황이었다. 통상 인사 담당 공무원이 물의를 빚으면 징계가 결정되기까지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임혜경 부산시교육감은 아무런 임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들 장학관과 장학사는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 경찰에서 성추행 사건 수사 개시 통보를 받고도 상급자 보고, 진상 조사, 징계 절차 등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20여 일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들이 징계위 구성, 의결 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학교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에도 비판이 일고 있다. 그는 피해학생들에게 "추행 당한 부위를 구체적으로 말해봐라",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특수교육계의 망신이다"라며 되레 질책하는 발언을 해 고통을 줬고, 심지어 "너희가 성추행이라고 느껴서 그렇지 성추행이 아니다"라며 가해교사를 두둔하기도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4명의 여학생을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가해교사에 대해서도 최고수준인 파면이 아닌 해임 결정을 했다. 공직 재임용 제한 기간이 파면은 5년이지만, 해임은 3년이다.
교육부는 이들 4명에 대한 징계 수위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징계를 확정하기 전 교육부에 재심사를 청구하라고 부산시교육청에 요청했다. 부산시교육청이 재심사를 청구하면, 교육부는 특별징계위원회를 열어 직접 징계의결에 나설 예정이다.
이현준 교육부 감사총괄담당관은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고 교육부의 특별감사 결과도 당사자들이 모두 수용했는데 요구 수위보다 가벼운 징계를 의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징계위의 의결 결과가 교육감에게 보고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징계 처분을 확정하거나, 교육부에 재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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