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마초 합법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이달부터 콜로라도와 워싱턴 주에서 대마초 흡연이 합법화된 데 이어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등 5개 주에서 주민투표에 부쳐질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릴 때 대마초를 피워봤지만 담배와 다를 바 없고 알코올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동조했다. 미국 국민의 인식도 달라져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58%가 대마초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 대마초 논쟁의 핵심은 유해성 여부다. 잎과 꽃대에 함유된 THC라는 물질이 중추신경을 자극해 환각과 흥분효과를 일으키는데 유해성이 생각보다 적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찬성 측은 흡연 즉시 나타나는 행복감의 효과를 강조하는 반면, 반대 측은 장기 흡연 시 중독성과 의존성 등의 측면에 주목한다. 특히 코카인이나 히로뽕 같은 더 센 약물사용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문이론'이 반대 측의 대표적 논리다. 그러나 2003년 세계 최초로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 다른 마약류 소비조차 감소했다는 조사와 미국에서 대마초 접근이 용이해지면 술 소비가 줄어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현실론이 득세하는 추세다.
■ 국내에서 대마초는 금기시되는 약물이다. 대마초 규제와 처벌을 가장 엄격히 집행하는 나라에 속한다.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적발되면 사회적 지탄을 면치 못한다. 1970년대 가수 신중현과 조용필, 80년대 그룹 '부활'의 김태원과 이승철, 90년대 방송인 신동엽, 그리고 2000년대는 월드스타 싸이가 구속되고 연예계에서 한때 퇴출됐다. 국내에서도 합법화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2004년 영화배우 김부선이 위헌 신청을 내면서 논쟁이 가열됐으나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 미국의 대마초 합법화 움직임 이면에 깔린 경제적 시각은 주목할 만하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대마초를 합법화하고 높은 세금을 부과해 사용을 통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견해다. 대마 성분이 신약 개발의 보고라는 점에 착안한 발 빠른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적어도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는 머지않아 대세가 될 거라는데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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