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퓰리처상 수상한 저널리스트 핼버스탬 3년에 걸쳐 베트남전 집대성역대 최고 능력 평가받던 대통령 케네디 사람들의최악 오류 지적하고 당시 오만했던 행정부 비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 도약하던 미국은 단 한번의 일격에 '상처 입은 거인'으로 전락한다. 이 타격은 멀리 인도차이나 반도의 밀림에서 날아왔다. 매카시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나치게 '반공산주의'적인 자세를 취하던 워싱턴 정가가 단지 프랑스의 식민 야욕에 맞섰던 호치민 정권을 상대로 공산주의 척결이라는 대의를 앞세워 개전을 선포하며 모든 불행은 시작됐다. 미국의 베트남 첫 파병은 1963년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이뤄졌지만 전쟁을 준비한 브레인은 모두 1961년 집권한 젊은 대통령 케네디의 사람들이었다. 역사는 미국 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능력 있는 정치집단으로 꼽히는 케네디 내각이 어째서 베트남 전쟁이라는 아둔한 결정을 내렸는지, 무슨 귀신에 씌어 60만명을 파병하고도 완전히 패배했는지 여전히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데이비드 핼버스탬이 미 의회가 베트남전의 기원에 대한 논의도 개시하지 못하던 1969년 집필을 시작해 3년에 걸쳐 1,104쪽(한국어판 기준)으로 베트남전 역사를 집대성한 이 책은 이전까지 누구도 말하지 못한 미국의 '형편없는 실수'의 실체를 진실과 가장 근접해 그려낸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미군의 베트남 주둔에 의문을 제기한 일련의 기사로 1964년 퓰리처상을 받은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겸 전쟁사 전문가다.
'하버드 클럽'이라 불린 뛰어난 두뇌들이 모인 케네디의 드림팀이 어째서 베트남전이란 최악의 실수를 범했는지 궁금했던 핼버스탬은 500회 이상 관련자를 인터뷰하고 그 인터뷰 기록을 2,000여쪽으로 정리하는 등 방대한 자료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책은 "카이사르 시대에 있는 듯한 워싱턴을 그린, 흡입력 강하고 상세하며 충격적인 신랄한 탐사(워싱턴포스트)"라는 칭송을 얻어냈다.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인의 시각을 재정립하는데 크게 이바지한 전쟁 논픽션 고전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
저자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실패라 할 수 있는 베트남전을 케네디 정부가 시작했다는 매우 아이러니컬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하나 같이 명문 학교 졸업장을 자랑하는 엘리트들이 어째서 지식인들에게 현대 역사에 대한 그 어떤 자문도 하지 않고 전쟁 개시 결정을 내렸는지 물어 나간다. 저자는 국무장관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만 골몰했던 딘 러스크, 모든 현상을 계량화하고 미국의 승리를 장담하며 전쟁을 밀어붙인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 정치적 야망에 눈이 먼 존슨 대통령, 정신병자로 몰리면서까지 전쟁의 실상을 밝히고자 했던 대니얼 엘즈버그까지 백악관 주변 '최고의 인재들'의 이야기를 총천연색 스펙트럼처럼 쏟아낸다.
핼버스탬은 기실 최고의 엘리트라는 케네디의 드림팀이 과거 트루먼 정부 시절 구성원들에 비견돼 칭송받던 풍조도 강하게 반대한다. 그는 "그 옛날 냉전과 관련한 힘겨운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케네디의 사람들보다 맡은 업무에 있어 탁월했으며 사실 케네디 정부가 소련을 다루는 방법은 이들에게서 들은 조언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책의 메시지는 두꺼운 외양과 달리 간단하다. 베트남전 패배의 이면엔 미국 정부 인사들의 지나친 오만과 의외의 무지가 버티고 있었다는 것이다. 1961년 국방부 장관이 된 로버트 맥나마라는 베트남 최고의 작전 장교로까지 불렸지만 그 전까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제국인 포드를 이끌며 운송수단 생산의 합리화에 골몰한 인물이다. 베트남의 역사를 고찰하지 못한 채 그저 반공이라는 단순한 개념을 들이댔을 뿐, 정치적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베트남 인의 사정을 따져볼 사람이 아니었다. 저자는 존슨 대통령이 자신의 실수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었다고 판단하면서 "'거꾸러지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더 심각한 실수를 거듭했다"고 말한다.
책은 잘못된 판단의 중심에 섰던 케네디 대통령도 로맨틱한 인물로 묘사하지 않는다. 저자는 "케네디를 수정주의적 시각에서 쓴 최초의 책"이라고 을 소개한다. 매카시가 사라진 후에도 공산주의에 관대하다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한 민주당과 케네디가 오만과 편견이란 복병을 만나 돌아올 수 없는 정글로 걸어 들어간 결과가 베트남 전쟁이라는 분석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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