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국정감사를 상ㆍ하반기로 나눠 실시하기로 한 데는 올해부터 예산안 국회 제출 시점이 9월로 앞당겨진 요인이 크다. 그럴 경우 국감과 예산안 심사가 겹쳐 안 그래도 부실 감사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상ㆍ하반기 분산 실시로 준비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졸속ㆍ부실 심사에 따른 우려가 다소 해소되고 행정부에 감독, 견제 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국회는 20여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600개가 넘는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를 하면서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감 때 지적된 문제점들에 대해 피감기관들은 추후 서면제출 등의 방식으로 피해갔지만 상ㆍ하반기로 나눠 실시되면 이런 꼼수를 부리기 힘들다.
하지만 기대 효과와 달리 기존의 국감폐해와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대책이 동시에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국감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레 국회의 자료 요구 또한 더 늘어나 피감기관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국감 기간과 상관 없이 상ㆍ하반기에 나눠 실시하면 시간에 쫓겨서 못 보던 자료까지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부 업무에 로드가 심하게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야가 지금처럼 국감에서 정쟁 위주의 이슈에 매몰될 경우 내실 있는 국감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정쟁 기간만 늘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올해는 6월 지방선거와 19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맞물려 있어 오히려 예년보다 더 국감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지방선거에 대비, 의원실 인력을 해당 지역구에 내려 보냄에 따라 인력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19대 국회 후반기에 접어드는 올해는 각 의원들의 상임위가 바뀌기 때문에 상반기 소속 상임위와 하반기에 맡는 상임위가 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전문성 부족으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을 것이란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더욱이 여야가 과도한 증인신청이나 질의 자세 등 기존 국감의 폐해로 지적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의원들이 무차별적으로 부른 증인과 참고인이 무려 600명을 넘는 바람에 질문 한번 받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간 증인, 참고인이 수두룩했다. 호통치고 윽박지르는 고압적 태도의 질의 자세도 막말 못지 않게 의원 품위를 떨어뜨리는 문제지만 개선책을 다룬다는 얘기가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늘 여야가 잠정 합의한 시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국감 제도 개선 의미가 없고 행정부의 업무 부담만 늘리는 꼴"이라며 "실무적으로 국감 업무를 담당하는 의원실 보좌진들을 국회 상임위 소속으로 변경해 전문성을 키우는 방안 등이 함께 마련돼야 진정한 제도 개선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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