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다."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연예인 생명에 치명타를 입히는 것은 대중의 비판이 아닌 무관심이라는 의미다. 지난 13일 정부가 야심 차게 출범시킨 창조경제추진단을 대하는 중소기업ㆍ벤처업계의 반응 역시 불만을 넘어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무관심은 추진단의 인적구성에서 비롯됐다. 창조경제추진단은 ▦벤처ㆍ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추진과제 발굴 ▦사장될 뻔한 아이디어의 사업화 등을 목표로, 민간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민간이 주도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민관합동 조직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전체구성원 40명 중에 30명을 기업, 경제단체 등에서 파견 받기로 했다.
하지만 설립취지가 무색하게 미래부는 벤처기업협회에 2명의 인사(협회1명, 기업 1명)만 파견을 요청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 1명, 대한상공회의소 1명, 중견기업연합회 1~2명 등 중기ㆍ벤처와 관련이 있는 경제단체의 인사파견은 4~6명에 불과하다.
반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4명의 팀원급 인사가 추진단에 파견된다. 심지어 전경련은 애초 단장직 제의를 고사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미래부 내부회의를 거쳐 이승철 상근 부회장이 민간부문 단장으로 최종 확정됐다. 전경련에서만 총 5명의 인사가 추진단에 들어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전경련 2중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단체 관계자는 "창조경제추진단은 중소ㆍ벤처기업들의 창의성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정반대로 가고 있어 파견인력 검토에도 시큰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중소ㆍ벤처업계에는 파견 가용인력이 적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중기중앙회는 '손톱 밑 가시 뽑기 특별 위원회'에, 대한상의는 '규제개선추진단'에 인력을 파견한 상황이라 더 이상의 인력차출이 어렵다는 것. 하지만 몇 십~몇 백 명 차출도 아닌데,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창조경제추진단은 이번 설 연휴 직후 인적구성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남은 기간 동안 중기ㆍ벤처 업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업계의 무관심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추진단의 생명력에 큰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
박주희 산업부 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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