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을 모호하게 다룬 초중등교육법이 교육 현장 혼란의 주요인으로 지적되면서 관련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별도의 학생인권법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도 애매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비롯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30일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조례가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위배된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전수민 시교육청 변호사는 "2012년 4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두발ㆍ복장 등 용모, 교육목적상 필요한 소지품 검사 등을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개정되면서 그 전에 제정된 현행 조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 그 부분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용모와 관련해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제12조)는 현행 조례를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제ㆍ개정한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로 고치는 식이다.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측은 교육부가 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지적한다. 또 '학칙으로 정한다'는 '학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조례가 상위법에 규정된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본권을 넓게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권 보장 법리에 비춰 상위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금의 혼란을 해소하려면 별도로 학생인권법을 만들거나 초중등교육법에 학생인권의 기준을 세세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7년 초중등교육법에 학생인권 보장(제18조의 4) 조항이 들어갔지만,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 2008년 최순영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학생인권 침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좌초됐다. 이러한 시도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으로 이어졌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지금은 법률에 담을 내용을 조례에서 불가피하게 담은 측면이 있다"며 "예를 들어 신체의 일부분인 두발의 경우는 함부로 제약하지 못하도록 법률 수준에서 규정하고, 판단이 애매할 수 있는 복장은 하위법인 조례나 학칙에 맡기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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