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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반부패", 공허한 말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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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반부패", 공허한 말로 끝나나

입력
2014.01.2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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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2개월 넘게 의욕적으로 준비해 온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가 출범하는 날, 시 주석을 포함해 중국 전ㆍ현직 최고지도자 일가의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반(反)부패를 강조하던 그의 화려한 수사도 공허한 말로 전락할 처지다.

시 주석은 22일 오후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제1차 회의를 열고 "엄격한 규칙과 절차에 의거해 일을 처리해야 한다"며 "책임감과 정치적 용기를 강화해, '빠르지만 안정감 있는 발걸음'으로 개혁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익 관계의 충돌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충분한 사상적 준비로, 이미 혹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총제적 계획을 세운 뒤 방안을 마련해 이를 실현하고, 항상 밑바닥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조장인 시 주석 외에도 부조장인 리커창(李克强) 류윈산(劉雲山) 장가오리(張高麗) 등 3명의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40여명의 중국 최고 지도부가 참석했다. 회의에선 ▦경제체제·생태문명체제 개혁 ▦민주법제영역 개혁 ▦문화체제 개혁 ▦사회체제 개혁 ▦당의 건설제도 개혁 ▦기율검사체제 개혁 등 6개 전문소조도 설치키로 했다.

이날 시 주석의 연설은 예전처럼 단호했다. 사실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바로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의 설치였다. 직접 조장까지 맡은 모습에서 시 주석의 의지도 읽힌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날 그의 매형을 비롯, 중국의 전ㆍ현직 최고지도자 일가의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폭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스스로 투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연 이전처럼 반부패 투쟁을 지속할 수 있을 지는 벌써부터 비관론이 제기된다. 솔선수범해야 할 지도부의 가족들이 오히려 부정한 돈을 해외로 빼돌릴 때 활용되는 유령회사 비밀계좌들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는 것은 '밑바닥의 소리'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자신이 말한 대로 '뼈를 깎아 독을 치료하고(刮骨療毒) 장사가 (독사에 물린)손목을 끊는(壯士斷脘) 용기로' 제기된 의혹을 조사하고 '엄격한 규칙과 절차에 의거해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반부패 투쟁의 동력도 급속도로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허한 말이 나라를 망친다'고 했던 사람도 바로 그다.

ICIJ는 23일 푸청위(傅成玉) 중국석유화학그룹(시노펙·SINOPEC) 회장 등 국영 석유기업 전·현직 임원 20명이 1995~2008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30개의 서류 상 회사를 만들었다고 추가 폭로했다. 이는 중국공산당 내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연관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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