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앞두고 대학마다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대학 내 등록금 책정 협의기구인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의 유명무실한 운영이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학교측이 등심위 학생 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화여대와 동국대는 학교측이 등록금 책정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파행을 빚고 있다.
학교와 학생, 외부인사로 구성된 등심위는 2011년부터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심의기구인데다 학교측이 외부인사 선임권을 가져 대학주도로 흐를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도 교직원 위원과 학생 위원은 동수이지만 외부인사는 학교측이 선임한 인사여서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매년 되풀이 되는 등록금 문제를 학내에서 해결하도록 만든 기구가 제 기능을 못하면 당초의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되레 갈등이 커지는 요인이 된다. 외부인사를 포함한 학교측과 학생 위원 동수 구성 등 학생들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대학들은 등록금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새학기에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최근 조사에서 보듯 대학 등록금은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휴학을 마음 먹은 대학생 가운데 3분의 1은 등록금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국내 대학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우리 사회에서 등록금은 단순한 학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겹치기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므로 학업에 소홀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취업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는 요인이 된다. 학생들은 과도한 등록금 부담에 시달리는 반면 대학들이 쌓아놓은 누적적립금은 11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적립금의 상당 부분은 때만 되면 재정난 타령을 하며 등록금을 올려서 모은 것이다. 대학들은 돈을 풀고 대신 등록금을 내려 학부모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게 마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