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과서의 예문을 익히고, 이를 입으로 발성하면 ‘구어 영어’가 완성되는 것으로 배웠다. 하지만 교과서 영어는 대부분 문어체이고 정형화된 문장이기 때문에 ‘Real English’와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빠르고 효과 좋은 구어체 학습법은 ‘구어체 그대로 익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만 보통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시중에서 ‘미드’라고 통칭하는 미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드라마 대본을 통해 영문을 공부하거나 접하는 경우도 늘었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에서 만나는 영문은 교과서 영어와는 판이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지 낯설기만 하다. 언어학자들도 1990년대 들어서야 구어체 영어는 문어체 영어와 근본부터 다르기 때문에 교과서 영어의 기준과 잣대로 분석해서도 안 되고 그 틀에 맞춰서도 안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언어학자들의 이 같은 인정은 결국 외국인이 원어민 영어를 가장 빠르게 익히는 방법은 현지에서 살며 배우는 것이고 차선책이 있다면 그들의 ‘Real English’를 녹취하거나 대본으로 만들어 별도로 익히는 방법이라는 결론으로 귀착된다.
과거에는 closed caption이라고 하는 TV속의 영문 자막을 활용해 드라마 속 구어를 공부하는 게 보통이었다. 은어나 속어가 표준어로 대체되어 자막에 표출되기 때문에 완벽한 대본은 아니지만 화면을 보면서 소리로 듣고 이를 읽어내는 공부방식은 완벽한 현지 영어 학습법으로 여겨왔다. 최근에는 오디오 소스를 대본으로 자동 녹취해내는 ‘Listen_n_Write’ 같은 프로그램도 나와 자막이나 대본 없이 영문 오디오 파일만 있으면 대본을 추출해 내어 원문을 익히는 것도 가능해졌다. 미국 현지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자막이 뜨는 TV를 보면서 1분당 200 단어 이상의 재빠른 말을 소리로 듣고 문자로 확인하여 청취와 독해를 동시에 공부하곤 하는데 이런 학습법으로 6~7개월 지속한 뒤엔 같은 또래의 현지 아이들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소리와 문자를 동시에 input 하게 되면 가장 확실한 영문 입력이 되어 어휘력, 문장력, 청취력이 한꺼번에 향상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학습 소스가 있다 해도 발성 연습이 수반되지 않으면 헛일이다. 청취 연습만 4회 하는 것보다 말하기 연습을 1시간 하는 게 더 효과가 높다는 학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음성 언어 대본은 교과서 영어와 다르기 때문에 분석을 미리 해 봐야 하고 이해가 되었다면 하루 10분이라도 꾸준히 발성 연습을 해야 청취력은 물론 말하기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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