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출신에 비해 인사상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을 받은 일반공채(순경) 출신 경찰을 주요 보직에 앉히기 위해 경찰청이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보직 쿼터제'를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독식 비판에 시달리는 경찰이 균등한 기회 보장으로 조직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경찰청은 순경 출신을 일정 비율 이상 발탁하는 보직 쿼터제를 다음달 초 예정된 경정 이하 인사부터 엄격히 적용한다고 22일 밝혔다.
2년 전 도입된 보직 쿼터제는 본청 경정 보직(계장)의 20%, 경감(반장) 자리의 30%를 순경 출신으로 채우는 것이다. 취지와 달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였지만 이번에는 이성한 경찰청장이 강력히 지시하고 나섰다.
경정 이하 인사에서 본청은 승진 등으로 공석이 된 경정과 경감 자리를 쿼터에 맞게 순경 출신으로 채워야 한다. 그동안 쿼터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지방경찰청에도 본청 기조에 따르라는 지시가 내려가 순경 출신을 우선적으로 발탁한 뒤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경찰청은 청장이 바뀌어도 보직 쿼터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규칙 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성한 청장의 의지가 워낙 강해 본청과 지방청 각 부서들은 보직 공모를 경찰 내부망에 올려 놓고 유능한 순경 출신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각 자리마다 특성이 다른데 순경 출신 적임자를 찾기가 쉽진 않다"는 푸념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10만3,000여 명인 경찰조직에서 경찰대 출신은 2,800여명(약 2.8%)에 불과하고, 간부후보(1.3%)와 고시특채(0.1%)를 제외한 95.8%가 순경 출신이지만 경찰청 본청은 정원 1,000여 명 중 순경 출신이 47%에 그친다. 그나마 정보ㆍ수사 등 외근직이 대다수고 118명인 계장 자리는 10% 정도만 경사 이하 입직자들이다. 경찰대나 간부후보생들은 승진 시 유리한 기획ㆍ정책 등 주요 보직을 차지했고, 이들은 본청 자원으로 인식돼 승진 뒤에도 지방에서 몇 년 근무한 뒤 복귀하는 순환 시스템이 일반화됐다.
반면 순경 출신 사이에서는 "본청ㆍ지방청 진입 자체가 어렵고, 승진에서도 차별 받는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때문에 정치권 등에서는 '경찰대 폐지론'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입직 경로가 같은 이들이 몰려 있으면 균형 있는 정책이 나오기 어려워 선의의 경쟁 체제로 가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어렵더라도 효율적인 인력 육성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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