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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1월 23일] 납득이 안 되는 정부

입력
2014.01.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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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이래 최근까지 대통령 지지도를 감안할 때,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적어도 국민 과반의 공감 속에 추진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의 매번 진창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었다. 비판과 반발의 파고는 늘 예상을 넘어섰고, 혼선과 잡음이 들끓었다.

보수가 조용하고 진보가 시끄러워서만은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정책 추진을 위한 아젠다 설정은 어설펐고, 설명은 부실했다. 기획재정부부터 교육부에 이르기까지, 노련한 정무적 판단력과 대국민 설득의 열정이 어우러진 정책홍보 기능은 주요 부처 어디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짙다.

정책홍보는 마지 못해 하는 일방적 통고나 정권에 유리하게 거짓으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게 아니다. 정부 정책의 취지와 내용을 정확히 국민에게 알려 올바른 공론 형성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정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부터 말단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홍보부서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정홍보 기능은 점점 위축돼왔고, 그 결과 박근혜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됐다.

고교 역사교과서 검정체계 개편에 관한 교육부의 오락가락 대응은 서툰 정책홍보가 국정에 얼마나 큰 혼선과 장애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 재앙의 기념비라 할 만하다. 교학사 교과서 오류로 불거진 사관(史觀) 논란에 이어, 부실 검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얘기가 본격 거론됐던 지난 정기국감 때였다.

여권에서 국정교과서 전환론이 불거졌다. 정치권에서 뭐라 해도, 교육부로서는 마땅히 '국정교과서'라는 용어 자체를 거론하는 게 검정체계 개편이라는 정책 추진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 대응했어야 했다. 하지만 서남수 장관부터 대뜸 국회에 대고 "국정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질러버렸으니, 이내 검정체계 개편의 당위성은 형편없이 희석되고 '역사교과서 유신 회귀'라는 반발만 고조시켰다. 그래 놓곤 이제 와서 "특정 방향을 염두에 둔 개편은 아니다"는 말로 허둥거려 봤자 정책에 대한 불신은 이미 크게 확산된 상황이 돼버렸다.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기조 설정의 오류는 지난해 기재부의 세법개정안 논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개정안의 핵심은 복지예산 팽창에 따른 세수확대 방안이었다. 세제발전심의위원 자격으로 설명회에 참석하면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도 실질 증세를 중산ㆍ서민층에게 납득시킬 카드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심사숙고했다는 개정안엔 세액공제 전환이니 뭐니, 일반인으로선 알아먹기조차 어려운 잡다한 내용뿐이었다. 더욱 한심한 건 세발심위 설명 당일 개정안을 공포해버려 심의든 보완이든, 아예 상황을 주워담을 수도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런 정도로는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발언밖에는 할 일이 없었다. 결국 일은 중산층 기준 논란으로 대통령이 개정안 재검토 지시를 하는 파란을 겪은 끝에 지리멸렬 했다.

비슷한 사례는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편부터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논란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공통점은 특정 사안이 있을 때 그걸 어떻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킬지에 대한 정무적 판단력과 그걸 국정홍보 실무에 능동적으로 소화시킬 기술적 역량이 매우 취약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 국무부를 방문했을 때 대변인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스텝 출신이란 얘길 들었다. 국무부 한국과장에게 "외교 비전문가가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 국무부의 민감한 정책들을 대변하는 게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대변인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곧 국민을 납득시키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2년 차가 되는 올해도 공공기관 정상화, 공무원연금 개편, 규제완화 등에 걸쳐 만만찮은 정책적 도전이 기다리는 상황이다. 각 부처 대변인직을 일반에 개방하는 걸 포함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홍보 시스템을 전반을 과감히 개편할 필요가 크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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