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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카와 "도쿄서 원전 제로시대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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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카와 "도쿄서 원전 제로시대 열겠다"

입력
2014.01.2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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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5시 일본 도쿄도청 기자회견장.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ㆍ76) 전 총리의 도쿄 지사 선거 출마 공식 선언을 듣기 위해 취재진 300명이 발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2월 9일 치러지는 도쿄 지사 선거가 역대 어느 때보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례적으로 총리를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 지사 출마를 선언한데다, 그가 현 아베 정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원전 가동 완전 중지'를 간판 선거구호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껴 도쿄도지사에 출마하게 됐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지금 원전 재가동 정책 포기를 선언하면 일본은 원전제로시대를 열 수 있다"며 아베 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탈원전 동지인 고이즈미 전 총리로부터 강한 메시지를 받고 출마 의향을 굳혔다"며 향후 고이즈미 전 총리와 연계, 선거 운동을 벌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도쿄 지사 선거는 지방선거이므로 지역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도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 소비지역인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 본사가 도쿄에 있는 만큼 도쿄에서 원전 제로라는 목표는 중요한 테마"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쿄도가 도쿄전력의 대주주 자격으로 경영에 대해 주문할 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전 반대를 앞세운 호소카와의 출마에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 운동을 확산시켜온 시민단체들도 고무돼 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 회원들이 연합해 만든 '탈원전 지사를 실현하는 모임'은 원전 반대를 표방하는 호소카와 전 총리와 공산당ㆍ사회당의 추천을 받은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변호사연합회장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다 실현이 어렵자 20일 호소카와 지지를 공개선언했다.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밀어서 원전 반대를 도쿄는 물론 전국 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로 아베 정권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시민단체들의 두터운 지지가 배경에 있기 때문이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헌법, 안보, 인접국과의 관계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말해 향후 아베 총리의 국정 운영방식을 둘러싸고 정치적 견제에 나설 의도도 밝혔다. 15분간의 소신 표명 연설에 이어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호소카와 전 총리는 아베 총리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아베 총리가 추진중인 집단적 자위권은 해외에서 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이는 엄연히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마음의 문제"라면서도 "다양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나라면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가 사실상 아베 정권에 대한 제2의 야당 역할을 선언함에 따라 자민당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자민당은 19일 치러진 오키나와현 나고(名護)시장 선거에서 자민당 간부를 대거 선거운동에 투입하고도 패배했다. 미일동맹 강화 차원에서 나고시 해안을 매립, 후텐마 미 공군기지를 이전하려던 아베 총리의 계획은 매립 반대를 주장하는 현직 시장이 재선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즉시 원전제로를 주장하는 호소카와 전 총리에 도쿄 지사 자리를 내준다면 원전 재가동을 통한 경제회생이라는 아베 정권의 정책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자민당은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장관을 거당적 차원에서 전면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유력 후보였던 마스조에 전 장관은 호소카와 전 총리의 출마 선언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자민당은 최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마스조에 후보가 호소카와 후보를 두 배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온 것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대 변수는 호소카와 지원을 선언한 고이즈미 전 총리다.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 고이즈미 전 총리가 가두연설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전면에 나서 호소카와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소속 한 도쿄도의원은 "2001년 6월 도의원 선거 당시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등장하면 청중이 가득 모였던 기억이 있다"며 "호소카와 후보 혼자라면 무서울 것이 없지만 고이즈미라는 브랜드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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