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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몇 명이라도… 내 연주 듣고 치유 받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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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몇 명이라도… 내 연주 듣고 치유 받았으면"

입력
2014.01.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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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 까다로운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연주하는 걸 우리가 언제 또 경험할 수 있겠는가?"

독일 일간 아벤트차이퉁은 지난해 9월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텔 리(24ㆍ이수정)씨의 연주를 이렇게 평했다. 이씨는 시벨리우스의 유일한 협주곡인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결선에서 연주해 김봄소리(25)씨와 1위 없는 공동 2위에 올랐고, 청중상도 받았다. 이 대회 입상으로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이씨가 24일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협연자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실내악 연주자로는 지난해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가한 적이 있지만 솔리스트로는 9년 만에 펼치는 모국 공연이다.

21일 만난 이씨는 독일 최고 권위 콩쿠르 입상 소감보다 오랜만에 모국 음악팬과 만나는 소회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2011년부터 독일에 거주하며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아나 추마첸코를 사사 중인 그는 "선생님의 권유로 ARD 콩쿠르에 참가했고 상을 받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마감일이 있으면 노력의 강력한 동기가 되니까, 어떤 고비를 넘어섬으로써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데 의미를 두고 참가한 거였어요. 그래도 ARD 대회 덕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한국의 큰 무대에 서게 된 것 같아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특히 그는 이번 공연에서 ARD 결선에서 선보인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 준다. '크고 아름다운 음색과 잘 정돈된 비브라토(떨림)를 들려 줬고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을 적절히 선보이며 거장의 면모를 보여 줬다'(쥐트도이체 차이퉁)는 평을 받았던 바로 그 곡이다.

"평소 사랑하던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이 대회 지정곡이었으니 저는 정말 행운아죠. 이 곡을 그저 화려한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으로는 훨씬 더 깊은 감정을 담고 있는 곡이에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난 이씨는 캐나다로 이민간 다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익혔다.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진로가 결정된 셈이지만 바이올린을 선택한 이유는 여느 신동 연주자와 좀 달랐다.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피아노를 배우는 동안 재능이 부족해 서럽게 울었던 기억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캐나다에서 만난 첫 바이올린 선생님이 음악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신 덕분에 지금껏 음악가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대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의 첫 제자이다. 정씨가 손가락 부상으로 연주 활동을 쉬게 된 2004년 인연을 맺었다. 정씨가 2007년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의 교수가 된 것도 이씨를 지도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정씨와의 7년 간 인연을 "바이올리니스트로뿐 아니라 인간으로도 인생에서 가장 큰 성장을 한 기간"으로 기억했다.

독일에서 활발히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이씨는 2월 한 달 동안에도 독일 베를린의 뷔르츠부르크 페스티벌 모차르트 음악축제와 스위스 바트라가츠의 넥스트 제너레이션 클래식 페스티벌 참가, 슈투트가르트의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 등 연주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6월에는 크론베르크에서 기돈 크레머, 유리 바슈메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스티븐 이설리스 등의 거장과 함께 실내악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연주자는 영원히 음악을 섬기는 사람이고 연주는 청중과의 소통인데 내 개성을 잃으면 다 소용없는 일이죠. 제 연주로 관객이 단 몇 분만이라도 치유 받을 수 있는, 그런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글ㆍ사진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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