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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월 23일] 상처의 전통

입력
2014.01.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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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작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후배 편집자들을 가끔 본다. 심한 경우 눈물을 떨구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비약이겠지만 나는 우리나라 소설가들이 일부러라도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달 정도 해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텍스트의 환경으로서의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가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리고 그 작품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고생을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소설가들의 오만은 여러 경우에서 확인되는데,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오만은, 세속적인 인기까지를 포함해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든 영예와 찬사가 온전히 자신만의 재능이나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작가와 편집자 생활을 함께 해오면서 소설가로서의 내 능력과 소명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 앞에서 겸손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만들고 알리기 위해 헌신을 한 이들의 고마움을 모르는 소설가는, 작가적 명성이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이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소인(小人)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문학 편집자들이 외국과는 달리 다소간 위축되어 있고 역할 또한 한정되어 있는 것은 대부분이 작가의 오만과 독선으로부터 편집자들이 받았던 상처의 전통과 깊은 관련이 있다. 내가 대인배라서 이런 글을 쓰는 건 아니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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