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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치즈인더트랩 순끼 작가 “88만원 세대의 고민과 사랑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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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치즈인더트랩 순끼 작가 “88만원 세대의 고민과 사랑을 그렸다!”

입력
2014.01.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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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인더트랩?

덫에 놓인 치즈(Cheese in the trap)라!

어렵사리 드라마 판권 계약을 마친 인기 웹툰 작가와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순끼 작가. 그를 섭외하고 나서 을 즐겨 읽는 20대 여성 독자를 찾았다.

“주제가 뭐야?” “주인공은 누구니?” “이 만화의 특징은 뭐니?”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더니 대답도 기관총처럼 나왔다. “순정만화 같은데 순정만화가 아니고, 스릴러(공포영화)처럼 이야기를 풀어가요. 평범한 이야기인데 긴장이 감돈단 뜻이죠. 남자 복학생과 여자 후배 이야기인데, 뭐랄까? 공감할 부분이 참 많아요.” 아하, 그렇구나! 그런데 순정만화가 어떻게 공포영화처럼 느껴질까?

인터넷 만화를 뜻하는 웹툰(webtoon)은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 ‘치인트’로 불리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목요웹툰을 대표한다. “치인트 보다가 날밤 샜네요. ㅜㅠ 책임지세요”란 독자 댓글이 달릴 정도다. 은 회당 조회수가 100만 건 이상이고, 댓글에 붙은 좋아요가 만 단위일 정도다. 사흘 밤낮을 쪼개 을 공부하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웹툰계 미인으로 꼽히는 순끼 작가를 만났다. “이름이 뭔가요?” “순끼요.” 필명 순끼는 단순한 토끼의 줄임말. 인터뷰 기사에는 사진이 필요한데, 사진을 찍지 않으면 안되냐고 묻는다. 사진 없는 인터뷰는 ‘앙꼬(팥소)가 없는 찐빵’이나 다름이 없는데…. “사진 찍기를 꺼리는 이유는 제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기 때문에 제 외모가 타인의 입에 가십거리로 오르내리기를 원하지 않아서예요.” 인터뷰 사진 촬영 요청은 덫에 놓인 치즈일 수 있다는 생각에 사진 촬영 없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순끼와의 일문일답.

●최근 드라마 판권 계약을 맺었다.

=드라마로 만들자는 제의는 지난해 초부터 꽤 많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됐는데, 드라마 제작사 ㈜퍼펫미디어는 에 관해 무척 잘 알고 있었다. 내 만화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니 기분이 무척 좋다. 홍설과 유정의 성격과 심리를 잘 묘사할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해서 좋은 드라마를 제작해 주시길 바란다.

●치즈인더트랩이란 제목을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하다.

=덫과 치즈라는 단어에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 제목이 주는 분위기가 작품의 전체 인상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독자 여러분도 이란 제목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끼시면 좋겠다.

여자 주인공 홍설은 학비와 취업 걱정 속에서도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한다. 가세가 기울자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만 하는 상황. 졸업이 다가오자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에도 매달려야 하는 전형적인 88만 세대다.

●치즈인더트랩을 언제 구상했나?

=고등학교 때다. 인기 만점이지만 약간 어두운 성격을 가진 남자 선배와 그를 좋아하는 인기 없는 여자 후배. 이들의 이야기를 혼자 낙서하듯 만들어서 서랍에 넣어두었다. 이때는 주제도 없고 단순하게 상반된 성격의 인물만 존재했다. 웹툰 작가로 데뷔하려고 준비할 때 서랍에서 발견했다. 처음엔 배경이 고교였는데 대학으로 바뀌었다.

●이 만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주제)은 무엇인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그리다 보니 대학생의 등록금 문제, 친구 사이의 다툼, 부모와 자식의 갈등을 다뤘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순간 풍자나 설파, 계몽을 목적으로 그렸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내가 그리 오래 살아서 (독자를)가르칠 입장은 아니고…, 그렇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치즈인더트랩을 만들진 않았다. 굳이 주제를 말하자면 주인공의 성장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주인공 홍설은 주위 사람에게 당하면서 ‘이래선 안 되겠구나’라고 마음을 먹고 좀더 강해진다. 대학생이 겪을 수 있는 성격적인 성장이랄까?

●언제부터 만화에 관심을 가졌나?

=어린이 신문에 실린 만화와 병원에 쌓여 있던 만화를 보면서 자랐다. 부모님이 만화를 사주지 않아서 병원에서 만화를 보다가 용돈을 받으면 대여소에 가서 만화를 빌렸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돼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면서 만화가를 꿈꾸지 않았다. 회사원이 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잠깐 인턴하고 알바하면서 ‘그냥 만화를 그리자’고 결정했다. 2008년부터 웹툰을 그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부모님은 대학을 졸업하면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했는데, 지금은 만화가가 된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신다.

●순끼도 유정처럼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에 매달렸나?

=예체능 학과(영상애니메이션 전공)라서 공부보단 과제에 열중해야 했다. 부모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저는 수업도 많이 빠지고, 학사 경고를 받지 않을 정도로만 다녔다. 3학년쯤부터 정신 차리고 그나마 열심히 학업에 임했는데, 슬프게도 장학금은 받은 적이 없었다.

●순끼 작가에게는 유정 같은 선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신설학과였기 때문에 선배가 아예 없었다. 아쉽다. ‘유정의 생각과 행동이 작가의 경험에서 나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전혀 아니다. 등장인물은 모두 만들어진 성격을 갖고 있다. 주인공이 모두 평범하면 이야기를 전개할 수 없어서 예민하고 소심한 주인공 옆에 과장된 캐릭터를 배치했다. 그래서 작가 이야기로 착각하는 것 같다.

●치즈인더트랩은 언제쯤 끝날까?

=일상적인 배경에서 감정 표현을 많이 하다 보니 장기 연재하게 됐다. 아마 여름이 지나서 끝날 것 같다. 스릴러라는 평이 있는데 어느 정도 긴장을 고조하려고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스릴러 만화는 아니다. 의도한 긴장은 있지만 일부러 하진 않았다. 각종 인간 군상을 다룬 연재를 마치면 차기작은 유쾌하고 편안한 가족 시트콤이나 판타지 사극을 준비할 계획이다.

주인공 홍설은 만화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대화가 문제다. 서로 문제를 풀어두지 못한 채 쌓아두고 깊은 오해만 쌓여간다. 내가 선배에게 그랬듯이, 다들 자기 멋대로 혼자 판단하고 착각하고 그대로 믿고…. 몰라! 이젠 그냥 편해지고 싶다.”

이상준기자

한국스포츠 이상준기자 ju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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