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충격 받았어요. 노래방 뒤로 들어가 보니 모텔처럼 돼 있었어요. 너무 깜짝 놀랐어요.” 강남 성매매업소의 실태를 목격하고 놀랐다는 배우 전혜빈의 말이다.
전혜빈은 연예인 6명이 일선 소방서에서 현직 소방대원들과 함께 근무하는 모습을 담는 프로그램인 SBS '심장이 뛴다'에 출연하고 있다. 전혜빈은 21일 방송분에서 최우식, 소방대원들과 함께 경찰의 구조요청을 받고 성매매업소 단속 현장에 출동했다.
성매매를 단속하려는 경찰, 현장에서 붙잡힌 성매매 남성, 자리를 피하려는 성매매여성이 뒤엉켜 성매매업소는 아수라장이었다. 경찰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성매매업소를 단속 중이라며 두 개의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문이 열리자 한 남자와 함께 앳된 모습의 성매매여성들이 나왔다. 이 장면을 지켜본 전혜빈은 착잡한 심정에 휩싸였다.
“문을 개방하니 한 여자아이가 나왔는데 너무 어리고 예뻤어요. 이런 일을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그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이렇게까지 해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요.”
성매매업소의 유형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여성가족부의 ‘2012년도 성매매업소 단속결과 발표’ 자료를 보면 안마시술소, 마사지업소, 풀살롱, 키스방, 대딸방, 유흥주점, 휴게텔, 성매매 집결지 등은 물론 오피스텔, 모텔, 다방에서까지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립카페, 페티시방 등 신종 및 변종 성매매업소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의뢰해 펴낸 '2010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에 종사하는 한국여성은 약 27만명이나 된다. 이 수치만도 전체 여성인구의 1%가 넘는데, 전문가들은 실제 성매매 여성의 수는 이 수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성매매 산업의 규모는 무려 6조6,267억원(추정치). 지난해 규모는 약 8조원으로 추정된다. 사상 최대라는 지난해 극장 매출액이 1조2,000억원인 걸 감안하면 한국 성매매 산업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성매매집결지의 업주와 여성들은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이 2004년부터 시행되면서 음성적 성매매 종사자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졌다고 주장한다. 성매매집결지를 대대적으로 단속하자 풍선 효과가 나타나 변종 및 인터넷 성매매가 유행하면서 한국이 ‘성매매 낙원’이 됐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자료만 보면 이들의 주장엔 신빙성이 있다. '2010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키스방 등 변종 성매매업소의 거래 비중은 2,550억원(3.9%), 온라인 성매매는 3,913억원(5.9%)이다. 이들 성매매의 비중을 합하면 성매매 집결지의 산업 규모인 5,765억원(8.7%)을 뛰어넘는다. 2010년 자료라는 점, 갈수록 성매매 집결지를 보기가 힘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종 및 인터넷 성매매 규모는 전통적 방식의 성매매의 2배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근원적인 이유는 물론 수요와 공급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요와 공급의 틀을 만든 주체는 사실상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국가는 미군기지촌, 외화벌이를 위한 기생관광 등을 묵인함으로써 사실상 ‘포주’ 역할을 했다. 성매매를 ‘떳떳하지는 않지만 눈 감아 줄 만한 것’으로 치부한 정부의 인식과 남성은 성적 욕망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이 맞물려 성매매는 기형적이게도 한국경제의 한 축을 떠받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성매매특별법까지 만들어진 걸 보면 정부가 성매매와 무슨 전쟁이라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속 현황을 보면 성매매특별법의 존재 이유에 의문이 들 수 있다.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시도별 성매매 관련 단속현황’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검거 건수는 5만5,435건, 검거 인원은 16만1,389명이다. 또 성매매 재범률은 2009년 43%에서 지난해 8월 현재 51%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연도별 구속률 현황을 보면, 구속은 1,237명이고 불구속은 16만152명에 달해 구속률이 0.89%에 불과하다.
성매매와 관련한 이슈 중에서 가장 뜨거운 건 성매매 합법화 여부다. 성매매를 불법화하는 데 찬성하는 이가 대체로 많지만 ‘성노동’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성매매업소 중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가장 눈에 띠는 형태인 집창촌만이 집중단속을 받아 그 규모가 축소됐다”며 “성노동자를 처벌하는 성매매특별법 대신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할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지지는 “현재 성매매와 관련한 모든 활동은 성매매특별법 하에 범죄로 규정되고, 이로 인해 성노동자들은 인권을 침해당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돼 경찰단속으로 일상생활을 침해당한다. 결국 성노동자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더 열악한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신성한 성을 사고파는 걸 허용하면 자칫 공동체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업종에서만 일하도록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성매매 합법화에 반대하는 이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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