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눈 씻고 찾아도… 씨마른 의류 토종브랜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눈 씻고 찾아도… 씨마른 의류 토종브랜드

입력
2014.01.21 18:33
0 0

국내 패션시장에 토종 브랜드가 점점 더 실종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있는 건 오래된 브랜드뿐. 신규 국산 브랜드는 아예 싹조차 사라지고 있다. 패션 대기업과 백화점들도 오로지 수입 브랜드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패션이 운영중인 해외브랜드는 15개. 전체 27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다. 지난 해에는 프랑스 신발 벤씨몽, 미국 가방 브랜드 맨하튼포티지 등 4개를 새로 들여왔다. LG패션이 가창 최근 론칭한 국내 브랜드는 여성복은 2009년 TNGT여성, 남성복은 2012년 일꼬르소다.

현대백화점 계열의 한섬은 지난 해 미국 엘리자베스앤제임스, 이탈리아 일레븐티 등 4개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면서 17개 브랜드 가운데 10개를 수입 브랜드로 확보했다. 하지만 한섬 역시 국내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2008년 시스템 옴므가 마지막이다.

해외 브랜드 수입 사업을 기반으로 시작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지난 해에만 프로엔자슐러, 아크네 등 4개의 브랜드를 들여와 36개 수입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국내 브랜드는 겨우 5개에 불과하다. 신세계는 올해도 상반기 이탈리아 의류브랜드 브루넬로쿠치넬리를 들여와 판매할 예정이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의 총 브랜드 40개 가운데 수입브랜드는 토리버치, 이세이미야케, 발망 등 총 10개다. 삼성에버랜드는 비이커, 10꼬르소꼬모 등 편집매장을 통해 수입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지만 이서현 사장이 행사에 입고 나올 정도로 애착을 보였던 토종 여성복 브랜드 에피타프와 캐주얼 브랜드 후부 등은 수익성을 이유로 접은 상태다. 그나마 '구호'와 '준지' 가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엔 소비자들의 수입 브랜드 선호 영향도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브랜드를 론칭해 안착시키려면 적어도 4,5년은 걸리며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부담이 크다"며 "국내 브랜드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맞추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수입브랜드와 국산브랜드의 실적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해 A백화점 여성 고급 의류 부문에서 국내 브랜드들은 오히려 역신장하거나 소폭 신장에 그쳤지만 수입브랜드들의 경우 최소 10%이상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B백화점의 매출 1~5위 순위를 봐도 3개는 수입 브랜드였다.

LG패션에서도 국내 여성 브랜드 신장률은 10%에 머물고 있지만 수입 브랜드의 경우 20~30%에 달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매출액 5,557억원가운데 절반 수준인 2,680억원을 수입브랜드로 올렸다.

업계에선 토종 브랜드 개발과 육성보다 유명 브랜드 수입이 훨씬 쉽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패션 본고장이 유럽이 재정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비교적 싼 가격과 좋은 조건으로 판권을 팔고 있다. 과거보다 수입판권 확보가 한층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해 가을 50여개의 브랜드를 철수시키고 40여개의 수입 브랜드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 쏠림이 심해지고, 판권확보가 쉽다는 이유로 대기업과 백화점들이 수입브랜드에만 치중하다 보니 토종브랜드는 아예 클 기회조차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 토종 브랜드를 키우려는 노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흐름이라면 국내 패션산업은 아예 고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