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서 무장괴한에게 납치된 한석우 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이 일단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피랍자의 신변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납치사건의 배경에 대해서는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정치적 목적의 테러 행위로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을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이미 한 관장을 납치한 무장단체와 직ㆍ간접 채널을 통해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피랍 하루 만에 피랍자의 신변 안전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알카에다와 연관된 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납치범들이 아직 공식매체를 통해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가치보다는 단순히 돈을 노린 범행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장단체가 반대 급부로 거액 몸값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리폴리 현지에서는 "납치범은 소규모 민병대로, 이들과 리비아 정부가 몸값을 협상 중이다"는 말이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는 2011년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내전이 길어지면서 돈을 노린 외국인 납치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한 관장의 현재 소재와 안전을 확인한 경위, 납치세력의 정체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한 관장의 안전을 염려해서다. '몸값 협상설'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리비아 정부와 지역사회의 비공식조직, 인근 국가, 주요 우방과 긴밀히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향후 며칠이 이번 사건을 조기에 해결할지를 판가름하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장은 19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20일 오전 0시30분) 퇴근 도중 트리폴리 시내에서 개인화기 등으로 무장한 괴한 4명에 의해 납치됐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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