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국)이 값싸게 약을 구매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2월부터 재시행하기로 하면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병원이나 약국이 건보공단이 고시한 가격보다 의약품을 싸게 구입하면,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병원(약국)에 주는 것이다. 가령 고시금액 1,000원인 의약품을 병원이 900원에 구매하면 차액 100원 중 70원을 공단이 병원에 지급한다. 30원의 약값 인하 효과가 있다. 또 과거 병원들이 실제로는 900원에 구매하고 리베이트 100원을 포함해 1,000원에 신고하던 관행을 없애 거래를 투명화한다는 취지도 있다.
이 제도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시행되다 약값을 일괄 인하한 뒤 올해 1월까지 유예됐다. 재시행에 유보적이었던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문형표 장관 부임 후 2월부터 재시행키로 입장을 바꿨다. 대형병원들은 병원의 수익구조에 도움이 된다며 재시행을 촉구해 왔다.
시민ㆍ소비자단체들은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실제 약값 인하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대형병원들이 합법적으로 리베이트를 받는 제도로 변질됐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도로 인한 약값 인하 효과는 관대하게 계산해 399억~2,918억원이다. 이 기간에 공단이 병원에 지급한 인센티브는 1,961억원이다. 인센티브의 92%는 상급종합병원ㆍ종합병원에 돌아가 제약사들에게 '슈퍼 갑'인 대형병원만 배를 불렸다. 1차 의료기관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과도 배치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대형병원의 일부 입원환자만 혜택을 봤을 뿐 환자부담은 거의 경감되지 않았으며 불법이었던 리베이트를 합법화해 준 부작용만 커졌다"고 주장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과거에는 병원들이 리베이트를 받으면서도 눈치를 봤는데, 이 제도로 병원들이 리베이트를 받을지 인센티브를 받을지 선택권이 생겼다"며 "병원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상액을 현행 1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는 등 다른 수단으로 병원을 압박해 실거래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이 제도로 환자 부담이 50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며 "현재 의료계, 제약업계 등과 제도 개선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경실련과 민주당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22일 오후 제도 재시행의 문제점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연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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