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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월 22일] 정부ㆍ지방자치단체 예산 패러다임 확 바꿔라

입력
2014.0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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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T.S 엘리엇(1888~1965)은 자신의 시집 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썼다. 그는 긴 겨울을 지나고 자연이 태동하여 꽃피는 4월을 왜 잔인하다고 표현했을까?

세계 1차 대전이 끝날 당시 영국은 사람이 많이 죽고 가는 곳마다 폐허가 되는 등 총체적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의 욕심에서 생긴 무의미한 전쟁, 삶은 곳 죽음이라는 것을 음미하며 엘리엇은 봄을 알리는 계절을 이처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취임 후 3년 내내 필자에겐 11월이 가장 고통스럽고 잔인한 달이었다. 대부분 지자체가 그렇듯 11월은 다음해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몇날 며칠을 머릴 싸매고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써야 할 돈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들어오는 수입은 줄고 있는 탓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취득세 등 수입이 감소한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부담해야 할 복지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때문이다.

현재 자치단체 전체 세 수입의 80%는 중앙 정부에서 가져가지만 정작 부담은 50%만 하고 있는 구조다. 매년 마른 수건을 짜는 마음으로 운영을 한다고 하지만 더 이상 짜낼만한 것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이러한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먼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세출 구조의 변화이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 예산과 관련해서는 국민 누구나가 혜택을 받게 되는 보편적 복지 사업만큼은 100% 중앙에서 부담을 해야 하는 게 옳다고 여겨진다.

한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 사이에 복지 예산 비율이 중앙 정부가 4.7% 증가하는 동안 지자체는 25.4%가 급증했다고 한다. 이렇게 된 주요한 원인은 기초연금, 영ㆍ유아 보육료 등 보편적 복지사업의 재원이 국비와 지방비 매칭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방적으로 정부에서 사업 시행을 추진하면 그에 따른 지방비를 편성해야만 하기 때문에 특별한 추가 세원이 없는 상황에서 그 증가분 만큼 지자체 자체사업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세출 구조와 함께 세입구조 역시 변화되어야 옳다. 지자체 내부적으로 세입 확대를 위해 누락세원을 발굴하고 체납징수 활동을 강화하는 등의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자금 확보를 위해 공모사업이나 인센티브사업 등에 직원들이 사활을 걸기도 하는 게 많은 지자체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전체 세입의 8할을 중앙 정부가 가져가는 상황에서 국세와 지방세간 세목교환 등 세제 개편을 통해 안정적으로 지자체에서 세입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 지역특화사업 등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을 섬세하게 추진하면서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의 예산구조 개편 외에 근본적인 예산 활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들이 예산 편성과정에 직접 참여해 사업의 필요성 판단이나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 결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정된 예산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쓰게 된다. 실제 서울의 한 자치구는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도입한 뒤 불요불급하다고 생각되는 사업예산 132억원을 줄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스스로 판단한 결정에 따라 예산이 사용됨에 따라 사업에 대한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이런 주민참여예산이 비단 지방의 차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국가 예산 편성에 있어서도 '국민 참여예산'을 도입해야 한다. 국민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부분에 예산이 집중될 수 있도록 고민해 야 할 시점이 됐다는 뜻이다.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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