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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영토갈등 등 위험수위 균형의 리더십이 더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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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영토갈등 등 위험수위 균형의 리더십이 더 절실해졌다"

입력
2014.01.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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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지도자들이 정부 차원에서 일본을 만나지 않으면서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반응을 과도하게 키워 일본 우경화를 부추긴 면이 있다. 아마도 강대국 간 관계를 중시했던 덩샤오핑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

세계적인 동아시아 전문가로 덩샤오핑 일대기와 그를 둘러싼 중국 현대사를 집대성한 (민음사 발행)을 최근 국내 출간한 에즈라 보걸(84)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냉각되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보걸 교수는 1950년대부터 동북아 국가간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1993년부터 3년여 동안 중앙정보국(CIA) 산하 민간연구기관인 국가정보자문회의(NIC)에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함께 클린턴 정부를 돕기도 했다.

보걸 교수는 일본의 가파른 우경화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해 "중일 관계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914년에도 지금처럼 누구나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주변 정세로 인해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며 "한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일본 상황에 개입하고 대화 채널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걸 교수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강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대중 관계를 잘 끌어가고 있지만 일본과의 관계 유지에 있어선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덩샤오핑의 정치인생과 톈안먼 사태 등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1,116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담아낸 은 보걸 교수가 10여 년 동안 덩샤오핑의 막내딸 덩룽 등 가족과 장쩌민, 황화, 리루이 등 그의 아래에 있던 간부들, 그리고 덩샤오핑과 교유한 리콴유, 지미 카터 등 해외인사들과 수 차례 인터뷰를 하며 얻은 정보에 기반했다. 그는 "지난 2000년 하버드대에서 은퇴한 후 어떻게 중국이 지금의 대국으로 부상했는지를 책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위해 가장 좋은 주제가 덩샤오핑의 리더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덩샤오핑의 개방정책 이후 중국의 발전, 시대의 전환에 대해 서구에 존재하는 모든 문헌을 뒤지기 시작했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책은 2011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필독해야 할 저작이라는 언론의 평가를 받았다. 세계 최고 논픽션 상 중 하나인 라이어넬 겔버 상(2012년)을 받았고 지난해 번역본이 발간된 중국에서 73만권이 팔렸을 정도다.

"톈안먼 사태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해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우선 홍콩에서 중국어판으로 출간하고 이어 본토 시장으로 진입했다"는 보걸 교수는 "톈안먼 사태 관련 생존자들의 이름이 거명되는 부분 등 10%정도가 원본에서 삭제된 후 중국 서가에 깔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은 덩샤오핑의 이른바 '균형의 리더십'에 집중한다. 발군의 지도자로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 문화대혁명 이후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부자와 빈자 간의 극심한 갈등을 조정하며 균형점을 맞춘 그의 정치야말로 오늘날 중국이 거대한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란 얘기다. 보걸 교수는 '최대한 진실에 가까운 덩샤오핑'을 책으로 소환해내겠다는 목표아래 집필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마오쩌둥의 신뢰를 얻어 집권한 그였지만 마오쩌둥의 2인자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평가는 옳지 않다"며 "1950년대 마오는 병풍 뒤에서 철학을 생각한 이였다면 덩은 실무를 했던 인물이고 항상 1인자가 될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게 그를 잘 아는 중국인들의 한결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보걸 교수는 중국 발전을 저해하는 부패 척결이 당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보다 뉴미디어 역할이 더 크다고 말한다. 혁신적인 브랜드 개발을 통해 중국의 새로운 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더했다. "한번은 당 간부가 사치스럽게 파티를 즐기다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 때문에 다음날 해고된 일이 있다. 다양한 미디어 출연이 부패의 싹을 잘라내고 있다. 저임금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도약은 한계가 있는 만큼 삼성과 현대처럼 창의적이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브랜드가 이끄는 혁신이 필요하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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