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국군 사이버사령관 재직 시 대선개입 활동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모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은 매일 사령관에게 인터넷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의 주요 이슈에 대해 보고했으며, 사령관의 결심을 받아 부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런 방법으로 작성된 글이 3,000여건에 달한다고 공소장에는 기록돼있다. 사이버사 정치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사실도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이런 내용은 지난달 국방부 조사본부가 발표한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 수사결과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국방부는 "전ㆍ현직 사령관이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심리전단장의 독자적 행동으로 결론 내렸다. 3급 군무원 신분인 심리전단장이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혼자서 그런 일을 벌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진작부터 제기됐었다. 조사본부가 사령관의 관여 사실을 확인하고도 윗선 보호를 위해 축소 수사를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뒤늦게나마 공소장을 통해 은폐된 사실의 일부가 드러난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도 국방부가 야당 의원들의 공소장 제출 요구를 거절하자 전 의원이 재판을 맡은 서울지법 동부지원을 통해 입수해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는 연 전 사령관을 단 한 차례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데 그쳤을 뿐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후임자인 옥도경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국방부 조사에서 윗선 개입 여부와 국가정보원과의 연계 의혹 등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었다. '셀프 수사'의 한계는 익히 짐작했으나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군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아 계속 수사하고 있다지만 국민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기만 기다리는 수준이다. 국방부는 이제라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사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별검사를 도입해 의혹을 파헤치는 것 외에는 달리 국민을 납득시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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