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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과감한 선정… '틀'을 깬 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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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과감한 선정… '틀'을 깬 문학전집

입력
2014.01.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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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과감한 한국문학전집이 나왔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펴낸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이다. 한국문학전집은 최근 100권을 돌파한 세계문학전집, 현재 16권까지 나온 한국고전문학전집과 함께 문학동네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숙원사업'. 이번에는 1차분 20권을 먼저 선보인다. 김승옥의 대표 중ㆍ단편들을 모은 을 시작으로 황석영 박완서 이문구 최인호 등 작고ㆍ원로작가, 이승우 신경숙 윤대녕 은희경 등 중견작가는 물론, 김영하 김연수 천명관 박민규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두루 망라했다.

문학동네는 21일 서울 동교동 카페꼼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0년간 문학동네가 펴낸 책들을 결산, 한국문학의 과거와 연결하고 미래로 확장하기 위해 한국문학전집을 발간한다"고 밝혔다. 문학동네가 창립 후 지금까지 펴낸 책은 총 5,000여종으로 그 중 3,000여종이 문학 서적. 황종연 편집위원은 "그 많은 책 가운데 문학동네가 무엇을 보전하고 기억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라며 "문학동네의 성과를 한국문학의 과거와 미래 속에 배치해 한국문학 전체를 대표하는 나름의 관점을 보여주자는 것이 이번 전집 발간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첫 20권 중 문학동네에서 이미 출판됐던 책이 12권이며, 나머지 8권은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책이다.

문학동네 전집이 기존의 한국문학전집과 다른 점은 이미 정전으로 검증된 작품들의 명단을 확정한 후 책을 내는 통상적 방식에서 탈피해 유연하고 열린 체제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신수정 편집위원은 "예전 신구문화사나 삼상출판사의 전집류가 다소 엄격하고 딱딱한 닫힌 체제였다면, 문학동네 전집은 동세대와 미래의 새로운 독자들이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의 취향과 감수성을 반영하고자 느슨한 틀로 전집의 형식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작품 말미에 실린 해설의 필자들도 강지희, 서희원, 백지연 등 20~40대의 젊은 비평가들이 주축이다.

2004년 나온 천명관의 와 2005년 출간된 박민규 단편집 가 과감하게 전집에 포함된 것은 이 같은 개방성 때문. 신형철 편집주간은 "문학사적으로 평가가 완료된 고전들로 전집을 내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라며 "발간 10년이 안 된 책들을 전집에 포함하는 것이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구도 (고전으로) 확정할 수 없는 상태라면 우리가 그 기준을 처음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학의 살아 있는 현재라는 관점에서 리스트롤 새롭게 하는 방식으로 책을 내는, 위험하면서도 스릴 있는 작업"이라는 게 황종연 위원의 첨언이다.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어떤 책들을 전집에 포함할 것인가가 궁극의 관심사. 신형철 주간은 "문학성과 문제성이라는 두 기준으로 첫 20권을 선정했고, 이 기준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문학성이란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이야기가 밝혀 보여줄 수 있다는 서사의 힘에 대한 신뢰를 뜻한다. 문제성은 한 시대의 사회적 징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독자와의 소통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는가를 의미한다. 첫 20권의 작가ㆍ작품은 이 기준을 놓고 편집위원 간의 치열하고 오랜 논쟁 끝에 선정됐다.

전집의 추후 목록은 동시대의 감수성에 여전히 호소하는 바가 큰 해방 전 근대문학 작가들과 2010년대의 새로운 작가들을 향해 과거와 미래의 양방향으로 운동하며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이 출간될 수 있으며, 장르도 시와 소설을 가리지 않고 확대될 계획이다.

한국문학전집이 명실상부한 '전집'이 되려면 출판사들 사이의 벽조차 뛰어넘는 일종의 연합 기획이 돼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신형철 주간은 "아쉽지만 그 점은 하나의 지향점으로 남겨놓고 출발했다"며 "한 출판사의 사업이라기보다는 한국 문단의 공유자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인 만큼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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