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일 처리로 좋은 평가를 받던 현직 부장판사가 뇌출혈로 쓰러져 3개월째 의식을 찾지 못하자 동료 판사들의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광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재판부로 발령받은 전우진 부장판사(40ㆍ사법연수원 27기)는 지난해 11월 초 뇌출혈로 쓰러져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으로 후송됐다. 다행히 오랜 만에 수원 집에서 주말을 보내던 중이라 신속히 응급조치가 이뤄져 목숨은 건졌지만, 아직도 의식 불명 상태다.
전 부장판사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자녀와 부인을 수원에 남겨둔 채 광주에서 형사 공판을 처리했다. 평소 쉬는 날까지 출근해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기로 이름이 났다. 지난해 10월 16일에는 통합진보당의 경선 비리(대리투표) 사건을 맡아 유죄 판결을 내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에도 같은 사안에 유죄 판결은 있었지만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진 뒤 10일 만의 판결이라 부담이 상당했다. 전 부장의 지인들은 “직전 중앙에서 무죄가 난 사안이라 법리 고민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 부장이 쓰러진 뒤 대법원은 11월 28일 “보통ㆍ직접ㆍ평등ㆍ비밀 등 선거의 4대 원칙은 당내경선에서도 적용된다”며 유죄를 확정, 전 부장판사의 법리를 받아들였다.
전 부장판사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동료들의 온정의 손길이 줄을 이었다. 사고 직후인 지난해 12월 연수원 27기 동료들을 비롯해 광주지법의 동료 법관들과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았으며,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은 전국 법원의 다른 동료 판사들도 동참했다.
김춘호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20일 법원 내부게시판을 통해 “서민 가정에서 자란 전 부장이 법관으로 10여년 근무하며 가정 경제상황이 크게 좋지도 않고, 장기입원으로 인한 병원비와 아이들의 양육비 등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후원 성금 계좌를 공지했다.
함께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병 문안을 갔었는데 눈물을 흘려 나를 알아보는 것만 같았다”며 “쾌유할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의 응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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