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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의 시간] <55> 작전상 후퇴(後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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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의 시간] <55> 작전상 후퇴(後退).

입력
2014.01.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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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작전상 후퇴(後退).

사람들은 가끔 인생을 전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수에 비해 국토가 넓은 편이 아니므로 입시, 승진,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쟁' 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따라다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는데, 사회 구조상 '승자'만을 우대하고 '패자'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영향 탓에 더욱 '전쟁'과 연관시키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전쟁' 이라는 표현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말 속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함이 서려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마치 자연계에서 내가 남을 이기지 못하면 오히려 상대에게 잡아 먹히게 되듯, 인생에 있어서도 내가 남을 이기지 못하면 오히려 내가 당하게 된다는 것을 표현해 주는 듯 하다.

학생이라면 좋은 성적을 받는 것, 직장인이라면 경쟁에 낙오되지 않고 좋은 실적을 내고 승진하는 것, 경제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자가 되는 것, 사업가라면 훌륭한 사업상의 성과를 내는 것 등 그 무엇 하나 전쟁만큼 치열하지 않는 삶은 없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반드시 남을 꺾고 내가 이겨야만 하는 강인한 기개를 갖추는 것을 주변으로부터 의식, 무의식 중에 강요 받기도 한다.

학생이라면 부모님이나 친구가, 직장인이라면 윗 상사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부자라는 존재 자체가, 사업가라면 자신만 쳐다보고 있는 가족과 종업원 등 이루 열거할 수 없는 다양한 존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존재들은 나의 삶에 있어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그 자체가 흐뭇함 보다는 고통이자, 불안함의 대표 키워드이기 때문에 가끔은 그 자극이 너무 지나쳐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는 부정적 측면도 함께 나타난다.

단적인 예로써, 필자의 편협(偏狹)된 시각으로 '입시'와 관련된 말씀을 조금 드리자면 시험의 원래 의미는 소수의 우수한 사람을 선발하고자 함인데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다수를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희망했던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으니 합격자 보다는 불합격자가 더 많은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전쟁이라면 내가 원하는 승리를 이루지 못했으니 불합격자 들을 가리켜 다소 극단적인 표현으로써 '패잔병'에 비유하는 경우를 본 적도 있는데 이는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부정적 측면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필자는 앞서 칼럼 45. '과유불급(過猶不及)'에서 현 입시 교육에는 너무 과한 측면이 많다고 말씀 드렸었다. 배운 학문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데도 지나치리만큼 많은 시간을 공부에 매달리게 하는 현 교육 시스템은 분명 수정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었다.

많은 불합격자를 만들어 내는 그 과정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물질의 투자가 뒤 따를 것인데 이를 원천적으로 모두 막아내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만 하는 것이 국가나 개인의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만약, 교육계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객관화된 근거하에 학생 진로 지도를 한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굳이 과다한 시간을 학업에 뺏길 이유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학업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인성교육에 보다 많은 공을 들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불어, 불합격자에 대한 배려도 국가적 교육시스템 내에서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앞서, 혹자는 '패잔병'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기도 한다 했는데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어떤 국민이건 '패잔병'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경우는 없다. 이기든 지든 그들이 최선을 다해 싸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향후 국민과 나라의 안위를 위해 더욱 힘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험에 떨어진 불합격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록 불합격 하였다 하더라도 앞으로 재도전 하거나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분야가 있을 것이니 궁극적으로 인생이라는 전쟁에서 진 영원한 '패잔병'은 아닌 것이다.

비단, 입시 뿐 아니라 세상사 모든 부문이 그러함은 더욱 당연하다 하겠다.

기문(奇門)이라는 역학을 연구하는 필자 입장에서 이 '전쟁'이라는 키워드는 운명학 연구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로 기문은 원래 고대의 병서(兵書)에서 출발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기문은 타 역학과 달리 애초, 사람의 운명을 맞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를 알아 맞추기 위한 학문 이였다. 그런데, 전쟁이라는 것이 겉으로는 국가와 국가의 대결이나 내면적으로는 사람들끼리의 대결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니 점차 개인의 운명을 예측하는 학문으로 발전해 왔다.

그래서인지, 어느 한 사람의 운명을 볼 때 이 사람은 지금 장군의 자리에 왔는지, 아니면 군졸의 자리에 와 있는지 부터 보게 홱? 더불어, 올해는 어떤 전쟁터에서 어떤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몇 년 후에는 어느 전쟁터에서 무엇을 위한 전쟁을 치루게 될 것인지 등을 주요하게 보게 된다.

"저는 인생에서 언제쯤 출세하게 될까요?" 라고 질문한 30대 후반의 어느 상담자가 있었다. 그는 많은 공부를 한 사람이라 학벌은 그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얼마 다니지 못하였고, 개인 사업을 해보려다가 실패의 쓴잔만 마신 경우였는데 사업 실패 후 자괴감에 우울증까지 겹쳐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지금은 작전상 후퇴라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항상 전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앞두고 군사들 사기를 올릴 수 있게 잔치를 베풀기도 하고, 군사연습도 해야 하고, 전의를 가다듬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잠시 후퇴한 상황과 동일합니다. 다음 공격은 5년 후가 될 것이고 5년 후 부터는 모든 상황이 나아질 것 입니다" 라고 필자는 그 분에게 말씀 드렸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겠는데 5년 전까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내가 남보다 강함을 드러내면 안됩니다. 전쟁에 나가기 전, 너무 강함을 드러내면 상대가 위협감을 느껴 먼저 공격해 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생활 속에서는 조금 약하게, 어리숙하게 보일 필요가 있으며 누구라도 나에게 황당한 부탁을 해온다고 하더라도 단번에 거절하지 말고 일단은 응하는 척이라도 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라고 추가 답변을 드렸다.

개인이건 국가건 운의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때로는, 내게 불리하고 겉으로는 지는 듯이 보여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이기는 방법이 되기도 하는데 '작전상 후퇴' 역시 그러하다.

최근, 북한의 평화,유화 제스쳐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듯 하다. 혹자는 '무조건 단칼에 거절하지 말고 미국과 협상이라도 한번 해 보겠다는 식의 반응이라도 보이는 것이 어떻겠나'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는데 필자 역시 그 의견에 공감한다.

중요한 부문에서는 미국과 아예 협상 자체가 안되나, 이번 북한측 제안에 조금 약한듯, 어리숙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그게 허물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작전상 후퇴 보다는 무조건 진격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역술인 부경(赴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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