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추위가 불어 닥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철 재료는 '완전식품'으로 꼽히는 바다의 우유'굴'이 아닌가 싶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굴복'을 타고났다. 양질의 굴을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어서다. 서양에서는 손질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개수당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하지만, 서울 노량진시장에서는 깐 굴을 1kg에 1만원 남짓한 돈이면 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지역에서 대표적으로 굴 양식을 하고 있다. 한 곳은 천수만을 기점으로 한 서해안 지역이고, 다른 한 곳은 통영 등 남해 지역이다. 두 지역의 굴은 맛과 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구분하고 먹으면 더 좋다.
우선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의 승인을 받은 청정수역 통영일대의 굴은 수하식으로 양식된다. 긴 끈에 굴 포자를 심어서 봄에 바다에 부표를 띄우고 줄을 설치하면 굴이 금방 자라 10월 후반부터 채취가 시작된다. 통역 지역의 맑고 깨끗한 물과 강한 조류의 영향을 받아 알이 크고 깨끗해서 날 것으로 먹기에 좋다.
반면 천수만 지역의 서해안 굴은 오래 전부터 양식하던 굴들이 자연적으로 번식을 해서 자란 것들을 채취한 것인데, 맛이 진하고 향이 강해 익혀 먹거나 요리에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이번에 소개할 굴 요리는 아는 사람만 아는 각별한 요리이자 산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삼겹살 굴 구이'다. 이름만 듣고 흔한 삼겹살에 굴을 더한 흔한 요리일거라 실망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두꺼운 프라이팬에 1cm 두께로 썬 삼겹살을 올리고, 그 위에 씻은 생굴을 올린다. 그리고 삼겹살 밑부분이 다 익으면 고기를 뒤집고, 익은 부위에 다시 굴을 올려서 익힌다. 삼겹살이 노릇노릇할 정도로 구워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굴과 함께 먹으면 된다.
굴의 짭조름한 맛 때문에 삼겹살을 익힐 때 소금을 한 톨도 넣을 필요가 없다. 돼지기름의 고소한 맛이 배여 굴에는 구수하고 진한 맛이 농축된다. 한 점만 먹어 봐도 굴과 삼겹살의 신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철을 맞아 탱글탱글하고 향긋한 굴을 한근만 사 보자. 이 삼겹살 굴 구이 한 접시면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굴 한 점으로 우리가 얼마나 축복 받은 국민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권우중 CJ푸드빌 한식총괄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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