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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도 기사도 외면 '텅 빈 택시승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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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도 기사도 외면 '텅 빈 택시승차대'

입력
2014.01.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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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정문 앞. 택시 10여대가 승객을 태우려고 줄지어 섰다. 택시들은 10여분에 한 대씩 꾸준히 승객을 태웠다. 같은 시각 불과 200m 떨어진 택시 승차대에는 택시도 승객도 없이 텅 빈 모습이었다. 왜 승차대를 이용하지 않을까. 승객들은 "택시 없는 승차대로 갈 필요가 있겠냐"고, 기사들은 "사람 없는 승차대에서 기다려서 무엇 하느냐"고 반문했다.

승객들이 손쉽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한 택시 승차대가 기사들의 흡연공간으로 전락하는 등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택시 승차대는 총 416곳에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터미널(2곳) 지하철(34곳) 호텔(14곳) 백화점(12곳) 병원(12곳) 상가ㆍ시장(14곳)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제외한 299개소 상당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는 임승철(32)씨는 "승차대에서 기다리다간 오히려 길가에 서 있던 사람들이 먼저 택시를 잡기 일쑤"라고 말했다. 경력 3년의 택시 기사 오모(45)씨는 "승차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은 초보 기사들도 하지 않는 짓"이라고 말했다.

결국 상당수 택시 승차대는 불법 주정차 공간이나 택시 기사들의 흡연장소로 방치되고 있다. 17일 오후 찾은 서울 양천구의 한 승차대는 인근 학원들의 통학버스 주차장이 된 지 오래였다. 몇몇 승차대는 기사들 사이에서 흡연장소로 통한다. 택시 기사 강모(52)씨는 "택시가 합법적으로 정차할 수 있는 곳이라 동료 기사들과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승차대를 재배치해 택시의 불법 주정차로 인한 교통 체증 등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 교통실태연구실의 안기정 박사는 "승객들의 승ㆍ하차 지점 실태조사를 토대로 이용객이 없는 곳은 폐쇄하고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느라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승차대는 여러 곳으로 나누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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