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부, 중국 안중근 기념관에 '환영 반 우려 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부, 중국 안중근 기념관에 '환영 반 우려 반'

입력
2014.01.20 12:08
0 0

● 中, 대일 강경 대응 배경은1972년 中日 국교정상화 합의유리하게 내용 바꾸려는 의도한미동맹 약화 포석일 수도● 우리 정부, 명확한 선긋기"日, 과거사 직시해야 한다는큰 줄기선 中과 인식 같지만…"'한미일 3각 공조' 유지 입장

하얼빈역의 안중근 의사 의거 현장에 표지석을 설치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 요청에 전날 중국 정부가 '70평 기념관'으로 화답하자, 20일 우리 정부가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이 사안만 놓고 보면 중국의 '통 큰' 행보를 환영하는 게 당연하지만, 과거사 문제를 지렛대 삼아 일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중국의 전략에 한국도 동참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건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해외 주재 전 공관을 통해 잇따라 항의 성명을 내놓고, 한국과의 공조를 모색하는 등 중국이 대일 강경 대응에 나선 이유는 1972년 체결된 중일 국교정상화 합의 중 일부를 유리하게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당시 경제적으로 열세였던 중국은 국교 정상화 협상에서 ▦센카쿠(중국명 다오위다오) 열도 논의 유보 ▦일본 침략 책임의 A급 전범으로의 한정 등에 합의했는데, 이후 40여년간의 국력 신장에 따른 자신감과 최근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를 이유로 이 문제의 원점 재논의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외교원 조양현 교수는 "경제분야에서 한국의 제1 교역상대가 된 중국이 역사문제로 한국과 공조해 일본을 압박하려는 건 장기적으로 한미 동맹의 약화를 겨냥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공정으로 갈등을 빚었던 걸 감안하면, 중국과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도 이런 우려에 따라 중국과의 명확한 선 긋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이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데에는 큰 줄기에서 중국과 인식을 같이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받은 침략 피해와 과정이 다른 만큼 사안별 구체적 대응은 중국과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게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은 영토의 절반 가량이 점령 당했지만 일본과 전쟁 상태였고, 한국은 식민지배의 피해까지 입었다"며 "두 나라의 대응이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 의사를 추모하기 위해 기념관 건립 과정에서 전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중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기는 했으나, 그 이외 개별 사안에서는 인식이 늘 같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대일 관계에서의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과거사 분야에서 사안별로 중국과 협력을 모색할 수는 있으나, '한ㆍ미ㆍ일 3각 공조'의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