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시청률을 올리는 대하사극이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원나라 황후가 된 고려 출신 기황후의 이야기를 그린 MBC 월화극 '기황후'말이다.
50부작 중 절반을 넘어왔지만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여전히 방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역사적 인물의 일부와 가상의 인물을 적절히 섞었다"며 '팩션'(팩트+픽션) 사극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황후를 비롯해 원나라의 타환(지창욱)과 타나실리(백진희)라는 실존 인물이 엮어가는 힘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허구에 가까운 사극'이라고 할 수도 없다.
특히 지난 14일 방송된 22회에선 기승냥(하지원)이 고려 말 왕인 왕유(주진모)의 아이를 낳는 장면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진모가 맡은 왕유는 원래 고려의 패륜아로 알려진 충혜왕이었다가, 역사왜곡 논란이 가중되자 제작진이 드라마 촬영 직전 가상의 인물이라며 부랴부랴 이름을 바꾼 경우다. 만약 바뀌지 않았다면 충혜왕과 기황후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는 황당한 설정이 이어졌을 것이다.
'기황후' 인터넷 홈페이지의 시청자게시판에는 여전히 "'기황후'가 MBC '해를 품은 달'(2012)처럼 아예 처음부터 가상의 설정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말이 많다.
배우 하지원(37)도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역사왜곡이라고 하지만 왕유라는 가상인물과 설정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가상 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야 하는 이유는 이제부터 펼쳐지는 이야기 때문이에요. 이제 '기황후'가 제2막으로 가고 있는데, 시청자들에게 더 극적이고 재미있는 요소를 주기 위한 것 같아요. 극중에서 승냥이가 궁 밖으로 나온 상황이지만 다시 후궁으로 들어가게 되죠. 더 재미있는 요소를 끌어내기 위한 장치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처럼 시작 전부터 끊이지 않는 역사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기황후'는 고공시청률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원은 "매회 사건 사고와 인물들의 정치적 관계 등 전개가 상당히 빨라 배우들도 대본을 보면서 'LTE급'이라고 할 정도"라며 "매번 다른 장소에서 촬영하고 색다른 인물들이 출연해 다음 대본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원은 KBS '황진이'(2006)를 떠올리며 "당시에도 어머니, 할머니 세대들이 재미있게 봤다는 말을 들었다"며 "특히 여성시청자들은 자신들이 펼치지 못했던 것, 즉 특출한 삶을 살지 못한 것에 황진이로 대리만족을 하셨다고 했는데, 기황후를 통해 속 시원한 감정을 느끼시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기황후' 역사왜곡의 오명을 덮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하지원도 지난 방송에서 출산 장면을 촬영하려고 추운 날씨 속에서 산 속 동굴이나 강물 속에 들어가는 등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는 "출산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거의 혼절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강가에서 10㎝나 되는 두께의 얼음을 깨고 그 안에 들어가 있었어요.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 몸이 마비돼 정말로 깨질 듯 아팠죠. 지금도 몸 상태가 말이 아니지만, '기황후'가 2막으로 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장면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했죠."
하지원도 30대 후반 여배우라 이젠 자기관리가 중요한 시기가 됐다. "촬영이 끝나면 잠깐 쉬더라도 클렌징을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또한 피부의 긴장을 놓지 않기 위해서 끼마다 과일과 건과류도 챙겨 먹고요. 딸기 키위 사과 등 과일을 많이 먹죠. 아무래도 피부의 긴장감이나 싱그러움에 도움이 되는 듯해요. 호호."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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