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19일(현지시간) 한석우(39) 코트라 현지 무역관장이 퇴근 길에 무장 괴한들에 의해 납치됐다. 2000년 이후 해외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테러나 납치, 강도가 빈발하고 있지만, 한국기업의 무역을 돕는 코트라 무역관장이 대상이 되기는 처음이다. 아직 한 관장을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단체나 범행 목적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매우 걱정스럽다. 정부는 한 관장의 안전하고 조속한 귀환을 위해 리비아 정부는 물론이고 현지의 공적, 사적 채널을 총동원하는 등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 단체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각 지역에서 준동하면서 치안이 몹시 불안해졌다. 트리폴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재 한 관장 납치 사건이 몸 값을 노린 단순 강도인지, 리비아 또는 한국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정치적 협상을 위해 저지른 범행인지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건 당시 4명의 괴한이 한 관장이 탑승한, 한국 외교관 번호판을 단 차량을 자신들의 차량으로 막아 세운 뒤 무기로 위협해 끌고 간 점으로 볼 때 특정한 목적을 갖고 범행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랍어를 전공한 한 관장은 2012년 7월 트리폴리 무역관장으로 단신 부임해 현지에서 시장정보 수집 및 한국기업과의 교역 주선 등 통상적 업무를 해 왔다. 가족은 지중해의 몰타에 두고 현지에서 혼자 지냈다고 한다.
한국의 국력이 뻗어나가면서 외국에서 장ㆍ단기 체류하는 국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공ㆍ사기업 주재원뿐만이 아니다. 한국군의 해외 파병은 물론, 관광, 유학, 선교 목적의 방문이 증가하면서 각종 테러의 표적이 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리비아에는 551명의 기업체 임직원과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취약지역에 주재하는 우리 국민의 안전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트리폴리를 비롯해 두바이, 카이로 등 중동 지역에 15개 무역관을 두고 있는 코트라도 출ㆍ퇴근 등 차량이동 시 경호원이 동승하는 문제를 포함한 주재원 안전종합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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