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최초 발생농장 인근 저수지에서 떼죽음 당한 야생 가창오리도 AI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 불가능하고 AI에 내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철새가 AI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호남에 발령했던 '일시적 이동중지 명령'(스탠드스틸) 조치는 예정대로 21일 0시를 기해 종료했다. 20일 가축방역협의회에 참석한 교수와 전문가들은 "철새에서 H5N8형 바이러스가 나왔지만 농가 단위의 소독 체제와 농장간 이동제한 등을 철저히 이행하면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고, 기본권인 통행을 계속 제한할 수 없어 예정대로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가 발생한 전북 고창군 신림면 종오리(새끼오리 분양)농장으로부터 5㎞ 정도 떨어진 동림저수지에서 집단 폐사한 가창오리 사체를 정밀 분석한 결과, 고창에서 발견된 H5N8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이날 밝혔다. AI가 발병한 고창과 부안군 오리농장 인근에서 AI 감염이 의심되는 농장 3곳도 추가로 확인됐다.
야생 가창오리가 이번 AI의 발병원인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권재한 축산정책국장은 "야생오리(가창오리)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일 확률이 높은 만큼 고창과 부안에서 발생한 오리농장의 고병원성 AI는 철새로부터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영암호(전남 영암군), 동림저수지(고창), 금강호(전북 군산시) 등 가창오리의 주요 이동경로와 도래지를 대상으로 감시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 37곳 및 주변, 인근 농가에 대한 소독도 강화한다. 그러나 날아다니면서 분변을 떨어뜨리는 철새는 농장이나 이동차량처럼 통제가 쉽지 않다. 위치파악시스템(GPS) 장치를 다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지만 가창오리는 포획도 쉽지 않다.
특히 가창오리 폐사 규모가 100마리 정도로 많고, 이번 AI 유형이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H5N8형이라는 점이 걸린다. 통상 철새들은 가금류와 달리 AI에 내성이 강해 감염돼도 병을 옮기기만 할 뿐 쉽게 죽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협회장은 "내성이 강한 철새가 집단 폐사했을 정도면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로 봐야 한다"라며 "국내에서 철새가 집단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은 사례는 거의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H5N8형이 그간 국내에서 4차례 발병한 H5N1형보다 독성이 강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람도 면역력에 따라 감기에 걸리거나 안 걸리는 것처럼 AI 역시 유형에 따라, 조류(鳥類)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아직 확정은 안됐지만 가창오리가 유독 H5N8형에 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해외에서도 H5N8형으로 인한 인간 사망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AI로 인한 철새 집단폐사 역시 과거에 발생했다고 농식품부는 덧붙였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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