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 총리가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해명을 위해 미국에 보낸 책사들이 미 고위 당국자들에게서 예상치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친동생인 일 외무성 부장관 방미 중 처음 위안부 문제를 담은 세출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신설 일본 국가안보회의(NSC) 사무국장도 백악관 보좌관에게 쓴소리를 들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을 방문한 야치 쇼타로 일본 NSC 초대 사무국장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이 필요한 조치를 해주도록 주문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라이스 보좌관은 17일 워싱턴에서 야치 국장을 만나 북한 정세와 관련해 한미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 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거론하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주변국과 입장 차이를 해결하라는 미 정부의 의견을 거듭 표명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야스쿠니 참배 논의가 목적은 아니었다"며 "라이스 보좌관이 굳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역 국가간의 건설적인 관계가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것이 미국의 국익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야치 국장은 일본 기자들에게 "특별한 문제에 대해 특별히 이야기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 내심 기대했던 이야기를 듣지 못해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묻으려는 눈치다. 야치 국장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등과도 연쇄 회동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이들도 야치에게 비슷한 메시지를 던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기시 노부오 외무성 부장관도 국무부와 의회 인사들을 만나 야스쿠니 신사참배 해명에 나섰으나 그다지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경에는 일본이 역사문제 등으로 동북아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미국의 배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가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에 외교 용어로는 상당히 강한 '실망(disappoint)'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그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 용어 사용을 주도한 것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다. 지난 해 11월 한중일 순방 당시 "일본은 자제하고 있다"며 한중 정상에 관계 개선을 촉구했으나 불과 수주 후 아베가 야스쿠니를 참배해 그런 노력이 수포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아베 측근인 자민당의 하기우다 고이치 총재 특별보좌가 17일 당 청년국 모임에서 미국의 '실망' 성명과 관련해 "공화당 정권 때는 그런 트집 잡은 일이 없는데 민주당 오바마 정권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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