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문제를 놓고 말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논의는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인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수술을 위해 개헌 특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손학규 고문과 전병헌 원내대표 등이 개헌론 군불 때기에 나서고 있다. 여당은 대체로 부정적이지만 이재오 의원 등 일부에선 개헌 필요성에 동조하고 있다.
■ 1948년 제헌국회에서 헌법이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총 9차례 개헌이 이뤄졌다. 6ㆍ25 전쟁 중이던 1952년 7월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꾸기 위한 1차 개헌(일명 발췌 개헌)이 있었고, 이후 4ㆍ19 혁명과 5ㆍ16 및 12ㆍ12 쿠데타 등 혁명적 상황을 거치며 권력구조의 변화를 위한 개헌이 계속됐다. 현재의 헌법도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여당 측이 수용한 6ㆍ29 선언을 계기로 1987년 10월29일 개정돼 오늘에 이른다.
■ 헌법이 개정된 지도 27년이 흘렀으니 시대 변화에 맞춰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 측면은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개헌 논의 자체를 막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하지만 시급히 처리돼야 할 문제도 아니다. 정치권은 개헌론 주장에 앞서 현행 헌법의 문제점은 어떤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총론 정도는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왜 개헌이 필요한지'에 대한 최소한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야 정치권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 하지만 정치권은 개헌을 언급하면서 권력구조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이원집정부제나 4년 연임제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인데, 어느 특정 구조로 바꾼다고 해서 정치권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리는 없다. 중남미에서는 개헌만 20차례 넘게 한 나라가 수두룩하지만 그다지 효과를 본 곳은 없다. 개헌에 대해서는 국민 기본권 확대와 경제 양극화 해소, 통일 등의 문제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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