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베이징 외곽의 외딴 여관에 인권운동가 20여명이 은밀히 모였다. 공안의 추적을 따돌리려 휴대폰도 두고 온 이들은 11월 시진핑 지도부 출범에 앞서 법치ㆍ인권 실현, 공무원 부패 척결을 적극 요구하는 '신공민(新公民)운동'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20여개 도시에서 시민들이 저녁을 먹으며 부조리한 사법체계, 공권력 남용, 비리ㆍ부정 등 정부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저녁 모임'을 여는 등 참신한 방식으로 전개된 이 운동은 5,000명의 회원을 끌어들이며 중국의 대표적인 정치적 시민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직후 부패 척결, 사법정의 증진, 헌법 존중을 약속하자 운동은 더욱 고무됐다. 새 지도부가 비판 여론을 억압하던 전임 정부와 달리 시민들의 개혁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 출범 14개월을 맞은 지금 중국 인권운동가들의 그런 기대는 환멸로 바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전했다. 신공민운동에 관여한 인사 20여명은 체포됐고 그 중 세 명은 재판을 마치고 선고를 기다리는 처지다. 주도자인 인권변호사 쉬즈융(許志永)은 지난해 8월 체포돼 '공공질서를 교란하려 집회를 열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10월에는 운동을 후원해온 파워블로거이자 벤처투자가 왕궁취안(王功權)이 구속됐다. 이 신문은 "신공민운동 탄압은 중국 지도부가 비판세력의 어떤 요구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 유학 중인 중국 인권운동가 웬얀차오는 지난해 중국에서 체포된 시민운동 활동가가 160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그는 "당국의 체포 활동 대부분 은밀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 조사관 마야왕은 "시진핑 지도부의 탄압 방식은 이전 정부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전략적"이라며 "전통 미디어와 인터넷의 정부 비판 의견을 통제하는 동시에 소규모 가두시위까지 막는 철저하고 전면적인 탄압"이라고 평했다.
중국 활동가들은 출범 초기 인권 침해로 악명 높던 노동교화제(재판 없는 구속ㆍ강제노역 처벌) 폐지를 결정하는 등 개혁 요구에 화답하던 시진핑 정부가 지난해 봄 안보ㆍ선전 부서 관리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고 보고 있다. 이어 당 핵심 기구인 중앙위원회가 지난해 4월 서구식 헌정민주주의, 인권강화, 언론자유ㆍ시민참여 등을 체제 위협 요소로 규정하는 비밀문건을 하달했다. 이 문건에는 "일당 지배에 반대하는 이들이 공직자 재산 공개를 요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공무원 부패, 언론 통제 등 민감한 문제를 공론화해 당과 정부에 대한 불만을 일으킨다"며 신공민운동을 겨냥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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