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이 달라졌다. 부드럽고 온화하던 눈빛과 미소는 온데간데 없고, 차분하고 강렬한 눈빛만이 남았다. 가수 겸 배우 김현중(29)이 그렇다. 5년 전 KBS '꽃보다 남자'에서 "흰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라는 낯뜨겁고 손이 오글거리는 대사를 술술 풀어내던 그가 변한거다.
지난 15일 첫 방송된 KBS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은 그에게 전혀 새로운 도전이다. 아이돌 그룹 SS501 출신의 그는 '꽃보다 남자'에서 여자보다 예쁜 남자로 주목 받았지만, 이번에는 주먹의 세계로 뛰어든 거친 남자로 변신했다.
김현중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눈빛과 목소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김정규 PD와 상의 끝에 마초적인 모습을 지닌 캐릭터를 부각하기 위해 목소리 톤을 확 낮추고, 눈에도 힘을 불어 넣었다"고 설명했다.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은 오로지 주먹으로 말하는 신정태라는 인물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1930년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한중일 '낭만주먹'들의 세계가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여심을 사로잡았던 '꽃보다 남자'의 지후 선배는 사라지고, 남자들의 로망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아직 여성 팬들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SS501 활동이나 '꽃보다 남자', '장난스런 키스' 등에서 보인 로맨틱한 역할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는 남자 팬들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그분들의 마음을 확실히 잡아 보고 싶습니다."
그의 바람은 적중했다. 첫 날 시청률이 7.9%(이하 TNmS 제공)로 전작 '예쁜 남자'의 마지막 회 시청률 3.8%보다 4%가량 높게 나온데다가, 남성 시청자 50대와 60대에서 각각 4.7%, 6.9%를 기록해 출발은 성공적이었다. 김현중은 첫 회에서 투전 싸움판을 배경으로 "나도 이제 좀 술이 깬다"며 격렬한 싸움의 시작을 알리면서 남성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주먹싸움으로 다쳐 부풀어 오른 눈두덩이, 군더더기 없는 근육질 몸매, 여동생을 살리기 위한 투지 등은 남성 시청자들에게 고전 액션 느와르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현중도 "이번 드라마가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는 확실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꽃보다 남자'나 '장난스런 키스'처럼 10대와 20대를 겨냥한 청춘 드라마가 아닌 작품에서 원 톱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라 각오가 대단하다. '감격시대'의 제작사 레인앤모의 윤세현 대표는 "김현중은 이미 가수활동과 드라마 출연을 통해 일본이나 중화권 국가에서 인지도가 상당해 해외에서 드라마 선판매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런 목소리도 있다. '감격시대'는 신정태가 일본과 중국의 싸움꾼들을 이기고 최고의 주먹으로 올라서는 이야기다. 자칫 해외 수출뿐만 아니라 김현중 개인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항일정신을 담았던 KBS '각시탈'(2012)은 일본 팬들을 의식한 일부 배우들이 출연을 고사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김현중은 이에 "인기라는 건 금방 사라지는 물거품"이라며 당차게 말을 이어갔다. "인기 등에 연연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요. 특히 액션 연기는 하는 척이 아니라 실제로 맞고 깨지면서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고요. 기대해주시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될게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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