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부 지역의 습관이던 악수, 17세기에 유럽 인사법으로 채택서열 없는 평등과 우애 상징으로타이밍·시선 등에 신경 쓰며 상대방과 교감 나누는 것이 중요잘하면 호감, 못하면 비호감…올랑드의 '너무 서툰' 악수법 화제
지난해 말 네덜란드의 한 신문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편집 사진을 게재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블로거들이 여기저기 퍼 나르며 입방에 오른 정도가 아니다. 인디펜던트 같이 프랑스에 늘 비딱한 영국 언론도, 슈피겔처럼 인접한 독일 언론도 이 신문 사진을 소개할 정도였다.
화제가 된 것은 올랑드가 지난해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위해 만나서 악수를 하는 사진 9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하산 로바니 이란 대통령, 호세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등이 올랑드와 나란히 등장한다.
보기만 해도 이 사진이 왜 화제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올랑드는 상대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악수를 하려고 혼자 쑥 손을 내밀고 있다. 정상회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악수에 서툴러도 너무 서툰 모습이다. 인디펜던트는 올랑드의 국내 지지율 하락까지 거론하며 그가 사람과 관계맺기에 실패한 지도자라고 비꼬았다. 올랑드의 최근 스캔들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악수는 이슬람의 습관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같은 역사책에 이 단어가 나오는 것을 들어 중국에서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세계의 보편적인 인사법이 된 것은 유럽에서 정착해 퍼져나간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유럽에서는 17세기 중반 영국의 퀘이커교도가 당시까지 일반적이던 모자를 만진다든지 고개를 숙인다든지 하는 방식을 대신해 악수를 자신들의 인사법으로 채택했다. 계급이나 서열을 암시하는 인사법 대신 영국 일부 지역의 습관이었던 악수를 '평등' '우애'의 상징으로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인사법이 아시아를 포함해 세계로 퍼진 것은 불과 반세기 남짓 전인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서 봉건적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평등과 민주주의가 강조되는 사회로 변모해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악수에 사회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악수 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터치'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은 자궁에 있을 때 터치가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임신 중기에서 말기에 걸쳐 임신부의 배가 커지면 배 안의 아기를 때리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쓰다듬어줄 것임에 틀림이 없다. 말하자면 터치의 쾌감은 우리가 자궁에 있을 때 이미 각인되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하고도 보편적인 인사법이니 악수를 잘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단지 상대에게 좋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 국익을 더 챙기기 위해서 잘 해야 한다. 적어도 올랑드 같아서는 안 된다.
'완벽한 악수'를 위해 염두에 둬야 할 요소들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우선 올랑드가 완벽하게 놓치고 있는 '타이밍'이다.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중요하다.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손을 내미는 순간 상대도 분명히 손을 내밀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올랑드처럼 상대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심지어 악수하자고 손이 나와 있는 줄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쑥 내밀어서는 안 된다. 그 다음은 '시선'이다. 악수를 할 때 시선은 상대의 눈에 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악력'이다. 악수를 할 때는 상대의 손을 완전히 잡는 것이 좋다. 잡는 힘은 헐거운 것 보다는 단단한 것이 좋다. 물론 힘자랑을 하듯 해서는 안 된다. 그 다음은 '속도와 흔들기 횟수'. 느긋한 태도로 세 번이나 네 번 정도가 안성맞춤이다. 마지막은 '온도'. 누구도 차갑거나 습기 찬 손을 잡고 싶어 하지 않는다. 손을 깨끗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건조하게 유지한 상태로 악수할 상대와 만나는 것이 좋다.
미국의 패션잡지 편집장이자 문화비평가인 톰 치아렐라는 최근 그 잡지에 기고한 '악수의 기술'이라는 글에서 악수를 네 가지 종류로 분류했다. 그 중 한가지가 '악어 악수'다. 마치 먹이를 노리며 물가에 숨어서 때를 기다리는 악어처럼 겉모습보다 얌전하게 악수를 해 들어 오는 이는 악수를 통해 자신을 감추려고 드는 사람이다. '제비 악수'는 필요 이상으로 자신들의 손을 작게 만들고, 쥔다기보다 다른 사람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는 식이다. 오랫동안 눈치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의 악수법이다. '고양이 악수'를 하는 사람들은 세일즈맨이다. 그들은 악수를 할 때 손을 꽉 쥐고 과도하게 흔들?무언가 열정을 보여주려고 한다. 세일즈맨 세미나와 같은 곳에서 배운 악수 방법이다. 장례식이나 공식 만찬 자리에 어울린다. 치아렐라가 최고로 꼽은 악수법은 '살모사 악수'. 손목을 곧추 세운 뒤 재빨리 작은 궤도로 흔드는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악수는 비록 서툴더라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두말 해서 무엇할까. 22일부터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올랑드는 또 얼마나 서툰 악수를 선보일지, 거기서 박근혜 대통령은 누구와 악수를 하고 누구와는 하지 않을지 궁금하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김연주 인턴기자 (이화여대 영문과 3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