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소설가 앨리스 먼로는 단편의 여제다. 그녀는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정서와 일상의 커다란 이야기를 짧은 분량에 담아낸다. 사랑이 있고 인생이 녹아 든다. 대표작 중 하나인 도 그렇다. 노부부가 인생 황혼기에 겪는 불행을 통해 사랑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되돌아본다. 18일 방송되는 '어웨이 프롬 허'(EBS 밤 11.00)는 이 명 단편을 스크린에 옮긴 수작이다.
44년을 함께 한 부부 그랜트(고든 핀센트)와 피오나(줄리 크리스티)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불행이 닥쳐온다. 피오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리면서 스스로 요양원 입원을 결정하고 그랜트도 어쩔 수 없이 피오나를 요양원으로 보낸다. 피오나는 시간이 갈수록 그랜트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런 그녀를 향한 그랜트의 마음은 더 애틋하다. 그랜트는 어느 날 요양원을 찾았다가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과 함께 했던 환희와 고통의 시간은 머리에서 지운 채 새로운 사랑에 달뜬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랜트는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 무엇인지 곧 깨닫는다.
고전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라라를 연기했던 줄리 크리스티의 열연이 빛난다. 캐나다의 유명 여배우인 사라 폴리가 연출했다.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포착해내는 연출력이 만만치 않다. 원제 'Away from Her'(2006), 15세 이상 시청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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