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7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와 관련해 야당을 향해 '여야 대국민 사과'를 제안했다. 이를 두고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대선공약 파기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위헌 논란, 유권자의 알 권리 침해, 돈ㆍ연줄 선거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대선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살피지 못하고 공약으로 내건 데 대해 여야가 솔직하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대안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정당공천 폐지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계속 말장난만 하는 건지 민주당에 묻고 싶다"고도 했다.
전날 최경환 원내대표가 22일께 의원총회를 열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뒤 대선공약 파기 논란이 일자 비판여론의 화살을 야당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지난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쟁점이 될 때마다 대선공약 이행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는 점에서 '말바꾸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4월 재보선 당시 기초단체장ㆍ기초의원 무공천 방침을 확정한 뒤 서병수 사무총장은 "대선공약 이행과 정치쇄신 의지 차원"이라고 설명한 뒤 민주당에 기초선거 무공천 법제화를 위한 선거법 개정을 공개 요구한 바 있다. 같은 해 7월 외부전문가를 포함해 꾸려진 당 정치쇄신특위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건의했다. 특히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 특위가 위헌시비 등을 고려해 3차례 한시적으로 실시한 뒤 재논의하자는 일몰제 제안에 대해 "(공천 폐지는) 하면 하고 안하면 안하는 것"이라며 "공천제 폐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7월 말 전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현주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새누리당도 당 정치쇄신특위가 심도있게 논의한 사안들을 바탕으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발전적인 논의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과거 계속됐던 위헌성 논란을 새삼스럽게 정당 공천 유지의 핵심적 사유로 들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이미 2012년 대선 당시 여야가 정치개혁 관련 공약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학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제기됐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때는 표를 의식해 공약해놓고 지금 와선 지방선거 유불리 때문에 이를 번복하려 한다는 비판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입장 변화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먼저"라며 "그래야 국민적인 신뢰 속에서 선거법 개정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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