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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의사·재벌 사칭… 40대 카사노바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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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의사·재벌 사칭… 40대 카사노바 덜미

입력
2014.01.1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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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나 재벌 2세 등을 사칭해 여성들에게 돈을 뜯어낸 '한국판 카사노바'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만 8명으로, 경찰은 신고하지 않은 피해 여성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004년 8월~2011년 11월 서울 서초ㆍ성동구, 경기 파주 등지를 돌며 여성들에게 결혼을 빙자해 4억3,000여만원을 가로챈 박모(42)씨를 검거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비운의 재벌 2세'나 종합병원 의사 행세를 하면서 여성들을 속였다. 그는 2007년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술집에서 A(당시 23세)씨에게 접근, "100억원대 자산가인 아버지가 사망한 뒤 유산 문제로 계모와 싸우고 있다. 소송이 끝나면 결혼식을 올릴 테니 변호사 비용을 빌려달라"고 꾀어 3년간 3억3,000여만원을 뜯어냈다.

박씨는 종합병원 의사를 사칭, "병원 관계자들을 접대해야 하는데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피해 여성이 현금지급기에서 뽑아온 현금 100여만원을 받아 달아나거나, 영화사 대표를 가장해 "신탁계좌를 해지하려면 3일이 걸리는데 당장 시나리오 계약할 돈이 필요하다"며 수백만원을 챙겨 도망가는 식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피해 여성들은 회사원, 대학생, 유흥업소 직원 등으로 박씨는 일부 여성들과 동거하기도 했다. 피해 여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박씨가 유명 브랜드 양복을 입고 다녔고, 말도 조리 있게 잘 해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피해 여성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에도 추적을 피하면서 카사노바 행각을 이어갔다. 낮에는 찜질방에 몸을 숨기고 늦은 밤 술집, 나이트클럽 등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면서 7년간 경찰을 따돌렸다. 하지만 지난 13일 서초구의 지인 집에 들렀다가 잠복 중인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별다른 직업 없이 지냈던 점 등을 보면 더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 범행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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